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 캐피탈(CVC) 허용 등 눈에 띄는 제도개선 성과를 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기업 규제 강화를 상징하는 '전 정부 유산'이란 꼬리표가 부담이다. 3년 간의 조사 끝에 지난해 말 과징금 16억원 부과에 그친 SK실트론 사건 등에서 '무리한 조사' 논란이 불거졌던 점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다만 규율 대상인 지주사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만큼 조직 유지 필요성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5일 정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오는 7월 공정위 지주회사과의 정규조직화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가에선 윤석열 정부가 기업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심사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팽배하다. 부처 내 일개 과에 불과하지만, 전 정부에서 대기업 규제를 위해 창설한 조직의 일부인 만큼 상징성을 중요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실적 평가가 당연히 우선이지만, 조직 출범 배경 등을 감안하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전 정부 시절에도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만큼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대·중견기업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늘면서 전담부서의 필요성은 커진 상태다. 2003년 19개였던 지주사 체제 기업집단은 올해 168개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집단의 경우 71개 가운데 29개(41%)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상위 10대 기업에선 7곳(70%)이 해당한다. 당장 2021년 이후에도 포스코·두산·DL·태영 등 주요 대기업집단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주사 체제 소속 기업의 숫자는 2018년 2042개에서 올해 2442개로 4년 새 400개가 늘었다. 늘어난 행정수요를 고려하면 조직 상설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 내부 분위기다. 실제로 공정위에 따르면 연평균 10.8건 꼴이던 지주회사 관련 사건 처리는 지주회사과 신설 이후 13.3건으로 늘었다. 2020년 이후만 놓고 보면 19.6건으로 증가 폭이 더 크다.
지주회사과가 이번 정부 들어 일반지주회사의 CVC 활성화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정규조직화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있다. CVC는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이다.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0년 법 개정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본격 시행됐다. 금융과 산업의 상호 소유·지배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의 대원칙 '금산분리'의 예외를 두는 대표적인 기업규제 완화 정책으로 현 정부의 기조와도 결이 맞다는 평가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지주회사 CVC 제도의 빠른 시장안착 지원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공정위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감독원이 함께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GS, 동원 등이 이미 CVC 등록을 완료했고, 다수 대기업이 CVC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주회사과는 지주회사 관련 시책을 수립·운용하는 부서다. 대·중견기업의 투명한 소유·지배구조 형성을 위해 공정위가 힘을 실었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지원하고, 지주회사 관련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의 사건을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두 번째 정규조직화 심사에서는 홀로 고배를 마셨다. 지주회사과가 속한 기업집단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2017년 창설됐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2년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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