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낫싱(Nothing)사의 무선이어폰 `이어원` 블랙에디션. [김우현 기자] |
가격과 성능은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 돼 있다는 판단 하에 디자인을 우선 고려했다. 쿼티 스마트폰 블랙베리처럼 누가 봐도 희귀한 디자인의 제품을 찾아봤더니 속이 훤히 보이는 낫싱(Nothing)사의 '이어원'이 눈에 띄었다.
중저가(11만9000원)에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 기능을 탑재해 다른 조건도 얼추 충족했다. 작년 8월 출시(블랙에디션은 12월) 후 전 세계에서 대략 22만대가 팔렸고, 국내에서는 쇼핑 플랫폼 무신사를 통해 한정 판매를 진행한 적 있다는 점이 신뢰가 갔다.
런던에 본사를 둔 낫싱은 스웨덴 출신 기업가이자 제2의 샤오미로 불리는 중국 원플러스 공동 창업자 칼 페이가 2020년 10월에 설립한 테크 스타트업이다.
퀄컴 등으로부터 18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받고, 올해 초에는 다이슨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신생 기업치곤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낫싱은 회사 이름처럼 가리는 것이 '없는' 투명한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데 자사의 첫 제품인 이어원에 이런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담았다.
검정색 투명 케이스를 채택해 두 개의 이어버드, 자석, 도트 디자인의 트레이가 한눈에 보였다. 콩나물 줄기라 불리는 이어버드의 '스템' 부분 역시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내부 마이크와 회로기판이 비친다.
스템 바깥쪽에는 'NOTHING ear (1)'이라는 문구가 도트로 이뤄진 무채색 폰트로 적혀 있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이 폰트는 상자와 설명서에서도 사용돼 포장부터 제품까지 디자인이 일관됐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개인적으로 플라스틱은 약하고 마감이 조악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 이 부분부터 확인했다. 이어버드의 스템을 두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눌러본 결과 접합부에서 '끼익'하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고, 반자동으로 닫히는 케이스도 밑판과 뚜껑이 어긋남 없이 맞물렸다.
착용감도 만족스러웠다. 이어원 이어버드 한쪽의 무게는 4.7g으로 에어팟 프로(5.4g), 갤럭시 버즈 프로(6.3g) 보다 가볍다. 커널형과 오픈형의 중간 형태여서 귓구멍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귓바퀴에 걸쳐진다.
귓구멍이 작은 편인데도 아프지 않았고, 뛰거나 고개를 빠르게 저어도 이어버드가 빠지지 않았다.
반면 우려되는 점도 있었다. 케이스와 이어버드가 플라스틱 재질이라 생활기스라 불리는 미세한 흠집이 쌓이면 특유의 광택을 잃게 될 것이 분명했다. 또 케이스의 무게(57.4g)가 에어팟 프로와 갤럭시 버즈 프로(44~45g) 대비 무거운 점도 걸렸다.
↑ 이어원의 이어버드. 오른쪽은 빨간점, 왼쪽은 흰점이 찍혀 있다. [김우현 기자] |
이어원의 ANC 기능은 차음 수준에 따라 라이트·맥시멈 등 두 가지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차음 효과가 더 높은 맥시멈 모드 기준 중저음의 소리는 거의 차단하고, 고음은 80% 정도만 상쇄하는 것 같았다.
예컨대 손가락 끝으로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손톱으로 키보드를 두드릴 경우 날카로운 마찰음이 둔탁한 소리로 바뀌어 들렸다.
이어원의 ANC 기능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어할 수 있다. 터치 한 번으로 노이즈캔슬링모드·주변음허용모드·끄기 등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제스처컨트롤을 설정하면 이어버드에 손을 대고 있는 동작으로 노이즈캔슬링을 켰다 껐다 할 수 있었다.
제스처컨트롤에서는 이어버드를 두 번 혹은 세 번 탭해 노래를 넘기거나 재생·일시중지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데 특히 스템 부분을 쓸어내리거나 올려 음량을 조절하는 기능이 독특했다.
↑ 이어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실행 화면. [김우현 기자] |
에어팟에 익숙한 귀로 음질을 시험한 결과 중저음 영역에서는 베이스의 울림과 공간감이 잘 느껴졌다. 그런데 고음부에서는 중저가 제품 특유의 치찰음이 살짝 들리는 듯했다.
설명서에 따르면 이어원은 ANC 기능을 끈 상태로 최대 5.7시간, 케이스를 함께 쓰면 최대 34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C타입 충전케이블을 지원하고, 고속·무선
이어원은 준수한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이 비싸지 않은 무선이어폰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샤오미 레드미 버즈3 프로 등 더 저렴하면서 ANC 기능을 갖춘 제품도 있지만, 성능 못지않게 디자인과 개성을 중요시한다면 사용해볼 만하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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