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퀄컴이 컨소시엄을 통해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의 지분 매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수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셈이어서 소프트뱅크의 ARM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도 최근 ARM 공동 인수 검토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협력 가능성에도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ARM 투자에 관심이 있는 당사자"라며 "ARM은 매우 중요하고 반도체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자산"이라고 말했다.
아몬 CEO는 "ARM을 인수하는 컨소시엄이 충분히 크다면,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힘을 합쳐 완전히 인수할 수 있다"며 "여러 회사가 참여해야 ARM이 독립적일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동 지분 투자는 ARM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와 가치 평가를 지원하며, 회사의 투자와 노력이 지속된다는 점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RM은 반도체 기본 설계도를 만들어 생산업체에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지적재산(IP) 회사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이 제작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대부분은 ARM의 설계도를 사용한다. 앞서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를 시도했으나 지난 2월 미국·유럽 등 규제당국 반대로 무산됐다.
엔비디아의 인수가 무산된 후 SK하이닉스도 ARM 지분 매입 희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직후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반대하면서 한 기업이 반도체 업계 전반에 필요한 회사를 장악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아몬 CEO는 "ARM은 애플과 퀄컴 등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집단 투자로 인해 모든 곳에서 승리했다"며 "모든 이들이 투자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개방적인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 설계방식) 때문"이라고 말했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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