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업계 손절한 '빠른배송'…네이버는 어떻게 손에 쥘까

↑ [사진 출처 = 네이버]

'빠른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실적 악화로 서비스를 중단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네이버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달 초 육아·생필품 등 일부 카테고리에서 오전 10시 이전 주문 건에 대해 당일에 물품을 배송하는 '당일배송' 서비스 테스트를 시작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새벽배송 서비스도 시험할 계획이다.
앞서 시행했던 내일도착 서비스가 반응을 보이자 빠른배송에 더욱 힘을 주는 모양새다. 지난달 기준 내일도착 서비스의 물동량은 작년 6월 대비 2.4배, 월 거래액은 2.5배 증가했다. 내일도착을 이용하는 브랜드 수도 3.9배 이상 늘었다.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빠른배송을 도입한 쇼핑 플랫폼들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2015년 마켓컬리가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을 도입한 이후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물 롯데온과 BGF의 계열사 헬로네이처도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적자가 계속되자 롯데온은 지난달 새벽배송을 중단했고, 헬로네이처도 오는 30일 이후부터 해당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가 핵심인 배송 시장에서 새벽배송은 흑자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반 배송보다 인건비 등 운영·관리비용이 더 들어 물량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쉽다는 이유다.
로켓배송, 제트배송, 로켓프레시 등 당일·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도 매출액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51억1668만달러(약 6조4200억원)인 반면, 2억929만달러(약 2628억원) 규모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에서는 네이버의 빠른배송 서비스가 아직 테스트 단계라 속단할 수 없지만, 기존 기업들과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쿠팡처럼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지 않고, 이미 물류 인프라와 역량을 갖춘 CJ대한통운과 협업해 막대한 시설 투자비와 마케팅 비용을 아낀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쿠팡은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물류비가 포함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의 비율은 큰 변화가 없는 것이 적자의 이유로 꼽히는데 네이버의 경우 이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

↑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빠른배송 상품을 소개하는 라이브쇼인 '지금 출발 광희쇼'를 처음 선보였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네이버가 국내 1위 포털인 동시에 현재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인 것도 차별점이다. 네이버의 이커머스는 검색-쇼핑-페이로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업계는 이 때문에 잠재 고객이 많고, 수익 구조가 안정화되면 흑자 폭을 늘릴 여지가 크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네이버의 버티컬서비스인 브랜드스토어, 쇼핑라이브, 선물하기 등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네이버는 이미 지난달 28일 빠른배송에 특화된 쇼핑라이브 콘텐츠를 선보였다. 네이버쇼핑에서 제공하는 '오늘출발', '내일도착' 서비스를 라이브로 소개해 주문 즉시 배송을 시작하는 콘텐츠인데 이날 하루 2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쇼핑라이브의 일 매출을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하루에 억대 매출을 기록한 건 양호하다는 평가다.
네이버 관계자는 "쇼핑라이브뿐 아니라 장보기 등과의 협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미 검증된 플레이어들과의 협업을 통해 선순환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네이버는 올해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통해 올해 풀필먼트센터를 6개 이상 늘릴 예정이다. 풀필먼트센터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물류 수요 예측 시스템인 네이버 클로바 포캐스트를 도입하고, CJ대한통운의 무인운송로봇(AGV)과 자율주행운송로봇(AMR)을 도입하는 등 스마트 물류 구축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