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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 출처 = 아워홈] |
12일 고인이 된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례식장이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졌다. 발인은 이달 15일로, 장지는 경기 광주공원묘원이다. 장례는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은 화학·전자·건설·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을 지킨 '산업화 1세대'로도 통한다. 향년 92세에 별이 됐다.
고인은 1930년 경남 진주시에서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소령으로 전역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충무무공훈장을 포함, 다수의 훈장을 수여 받았다. '나라가 죽고 사는 기로에 있다. 기업은 돈을 벌어 나라를, 국민을 부강하게 해야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을 내세운 것도 이 영향으로 보인다.
고인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 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의 회장으로 취임해 20여 년간 회사를 이끌며 2000년 당시 2125억원에 불과하던 회사 매출을 지난해 1조7408억원으로 8배 넘게 키웠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식품·외식·기내식·호텔업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 아워홈은 2조원에 가까운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고인은 미국 유학 시절, 한인마트에 직접 김치를 담가주면서 용돈을 벌었을 정도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것으로 유명하다.
와병이 들기 전엔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요새 사람들 보면 정말 (키가) 크다. 좋은 음식을 잘 먹고 건강해서 그런 것"이라며 "젊은 시절, 은퇴하면 경기 양평에 작은 식당을 차리고 싶었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을 만큼 음식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가 몸담아온 화학·전자 같은 첨단산업분야 못지 않게 단체급식사업도 연구개발(R&D)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고인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식품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1만5000여 건의 조리법이 개발돼 매년 약 300가지의 신메뉴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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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고 신춘호 농심 회장, 고 윤덕병 hy 회장. [사진 출처 = 각사] |
형인 신격호 회장 역시 국내 식품 역사에 빠질 수 없는 거목이다. 일본에서 껌을 판 것을 시작으로 국내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을 세웠다. 2020년 1월 향년 98세에 떠났다. 그는 1941년 부관연락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 가 우유배달을 시작했으며 고용주가 그를 믿고 사업 자금을 도와줬을 정도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였다.
단일품목인 껌으로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20여 년 만에 롯데는 일본에서 대형 종합제과업체로 성장했으며, 1967년 롯데제과로 국내에서도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호텔과 백화점 등 관광보국을 내세워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고 윤덕병 hy(옛 한국야쿠르트)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 유산균 발효유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지난 2019년 향년 92세에 별세했다.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야쿠르트 아줌마'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던 그는 유산균 발효유를 대표적인 건강음료이자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선구자로 꼽힌다.
1세대들은 생전 재단 등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들였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생전 기업의 '사회 환원'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1955년 재단법인 '화암장학회'를 설립, 1984년 '율촌장학회'로 재단명을 바꾸고 이사장에 취임해 나눔활동을 펼쳤다. 율촌장학회는 장학 사업뿐 아니라 기초 자연과학 연구, 해외 교포를 위한 한국어 교재 개발 등 학술 지원활동을 전개해 왔다.
신격호 롯데 회장은 1983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자 삼남장학회를 설립했다. 삼남장학회는 1996년 롯데장학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해 장학금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윤덕병 hy 회장은 2010년 12월 사재를 출연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우덕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수많은 학생들에게 장학 혜택을 제공했
아워홈은 2007년 임직원 봉사단을 창단한 이후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봉사활동을 진행해 왔다. 2016년엔 농림축산식품부와 우수관리 농산물(GAP) 사용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고 고품질의 국산 농산물 보급에 힘쓰고 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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