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 바꾸니 돈 더 내라" 계약 후 달라진 신차 가격…소비자 '당황'

제조사, 연식 변경 핑계로 소비자에게 추가금 요구
현대차 아반떼의 경우 연식 변경 후 최대 152만원 인상
기업에게만 유리한 공정위 자동차매매약관... 빠른 시일내 개정해야
일방적 차량 가격 인상 불공정...계약 당시 금액으로 차량 인도해야

↑ *기사내용과 무관한 참고용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판매량의 증가와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차량 출고 지연이 악화되는 가운데, 신차 출고 대기 기간 중 차종의 연식이 바뀌면 계약자가 추가금을 부담해야 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위원회(위원장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 같은 제조사의 불공정한 영업전략을 없애고, 계약 당시 소비자들과 약정한 금액으로 차량을 인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변동 사항만 통지하면 가능하도록 한 기업 중심적이고 불공정한 지금의 자동차매매약관을 개정하고, 제조사의 철저한 이행을 강구해 소비자 권익을 증진시켜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국제 정세 악화 등의 이유로 자동차 가격이 치솟는 현상인 '카플레이션'으로 인해 올해 차량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3~5% 증가했습니다.

특히 연식변경 모델은 풀체인지(완전변경),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과 달리 디자인과 성능에 큰 변화가 없어 기존 모델에 비해 가격이 소폭 상승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변화의 체감도가 높습니다.

↑ 사진=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위원회

차량 계약 후 출고까지 약 8개월이 소요되는(22년 04월 기준) 현대차 아반떼의 경우 22년형으로 연식변경이 되면서 기존 계약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제조사 임의대로 휠 크기 인치 업(inch up), 오디오 기본 장착 등의 옵션 추가를 통해 약 '152만원'의 차량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21년형 차량을 계약한 이들 중 일부는 차량 사양의 변동으로 인해 초기 계약 당시보다 인상된 금액을 강제로 지불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제조사 측에서는 이 같은 사안이 공정위 자동차(신차) 매매 약관 제2조 3항에 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행 약관상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가격·옵션 변동 등의 내용을 통지하면 문제가 없으며, 변동 사항이 있을 때마다 이미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안내를 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에 "부당한 계약이며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갑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조사의 경우 계약서에 가격 인상의 시기와 범위, 요인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임의대로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모호한 규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진=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위원회

기존 계약자가 쉽사리 계약 파기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계약자가 변동된 금액에 불만을 가져 계약을 파기하거나 출고 후 기간 내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다음 순번의 계약자에게 차량 인수 권리가 양도됩니다. 따라서 재계약을 하더라도 다시 수개월을 기다려야하는 계약자는 추가 금액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자동차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제조사는 '갑', 소비자는 '을'의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소비자는 구입한 자동차에 대해 계약 당시의 옵션과 가격으로 차량을 인도받을 권리가 있다"며 "제조사는 인도 지연에 따른 책임이 제조사에 있음을 자각하고 가격 인상에 대한 일방적인 통보행위를 중단하고 초기 계약 시 제시했던 금액 그대로 소비자가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공정위는 자동차(신차)매매약관을 빠른 시일 내 개정해 일방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현 구조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