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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11시 30분께 송파구 잠실동의 진저베어 파이샵 앞에 줄이 늘어서 있다. [이하린 기자] |
"오후 2시만 돼도 품절이래요. 벌써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요." (20대, 대학생)
일요일인 지난 1일 오전 11시.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 인근의 신상 베이커리 앞으로 서서히 방문객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픈 시간인 정오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10분 단위로 대여섯 명씩 사람이 늘어 약 40명이 긴 줄을 이뤘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첫 번째로 줄을 선 사람은 대전에서 온 20대 여성 A씨였다. A씨는 "서울에 친구를 만나러 온 김에 방문했다"면서 "가수 송민호가 다녀간 파이집이라고 해서 무척 궁금했다. 시그니처인 미트파이를 포장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약 한 시간의 기다림 끝에 내부로 들어서자 달달한 파이 냄새가 훅 풍겨왔다. 모두 입장과 동시에 일사분란하게 그릇을 받치고 미트파이를 종류별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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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저베어 파이샵 내부 베이커리 모습. [이하린 기자] |
◆ 송민호 이제훈 다녀갔다고 입소문…미트파이 조기품절
일명 '송리단길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곳은 '진저베어 파이샵'이다. 지난 3월 6일 가개점을 거쳐 같은 달 13일 공식 개장했다. 진저베어는 미트파이, 스윗파이, 케이크 등을 판매하며, 빵 안에 돼지고기·소고기·닭고기 등이 들어간 6종의 미트파이가 특히 인기다.
이곳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 씨와 배우 이제훈 씨가 줄 서서 먹은 파이집으로 알려지며 더욱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맛도 맛이지만 SNS '인증샷'을 남기려는 2030세대의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였다. 내부는 빈티지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꾸미고 야외엔 테라스를 만들어 유럽의 노상 카페 분위기를 냈다.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데도 굳이 오픈런을 하는 이유는 인기 상품인 미트파이가 빠르게 품절되기 때문이다. "주말은 오후 2시 전후면 모두 팔린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 맛집 오픈런은 2030의 문화…디저트 유행 빠르게 변해
진저베어는 요새 2030세대가 즐겨 찾는다는 디저트 핫플레이스의 전형이었다. 맛은 물론 먹음직스러운 파이 모양, 유럽 감성의 인테리어까지 모두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으로 꾸몄다.
방문객 대부분은 개점 전부터 장시간 대기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 사이에서 '맛집 오픈런'은 이미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라면서 "시간 아깝고 번거로운 일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기꺼이 행하는 투자 개념"이라고 말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특성에 맞게 디저트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까지 노티드 도넛, 랜디스 도넛 등 도넛류가 젊은 층 사이에서 특히 인기였다면 올 상반기는 진저베어를 비롯해 파롤앤랑그, 뚜르띠에
코로나19 상황이 누그러진 만큼 전국 각지에서 즐기는 다양한 디저트 문화가 더 변화무쌍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 취향에 맞게 디저트 트렌드도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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