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학교 교수인 데이브 에번스와 빌 버넷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고 해도 "돌아갈 사무실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들은 책 '일하는 철학'에서 "설령 돌아간다 해도 최소한 예전과 똑같은 규모의 사무실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결국 재택근무 확산은 필연이라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면 기업과 주주 입장에서는 사무실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에번스와 버넷은 "우리는 최고급 비품을 사용하더라도 사무실 설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전체의 5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 95퍼센트는 임대 비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책에 썼다.
이 같은 비용 지출을 주주들은 과연 용납할까. 에번스와 버넷은 "멀지 않은 미래에 여전히 이처럼 고액의 임대 비용을 부담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비용의 타당성을 주주들에게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주주들이 사무실 근무를 당연시하는 일은 과거의 유산이 될 거라는 얘기다. 직원들이 사무실 근무를 하고 싶다면 사무실 임대 비용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걸 주주들에게 입증해야 할 거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조만간 직원들이 사무실 근무를 하고 싶어도 못할 날이 올 것이다.
벌써 일부 거대 기술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재택근무를 권장한다. 에번스와 버넷은 "대기업 회계사들은 모든 직원을 재택근무로 돌려 사무실 문을 닫고 임대를 해지하면 거액을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본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하는 직원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이런 새로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고 책에 썼다.
그런 기업 중 하나가 인터넷 스타트업 핀터레스트(Pinterest)라고 한다. 핀터레스트는 2020년 8월 샌프란시스코 본사 사옥 리스 계약을 해지했다. 8950만 달러의 비용을 물고 그렇게 했다. 핀터레스트의 최고 재무 책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 우리의 일터가 어떻게 변할지 분석했다. 여러 다양한 곳에서 직원들을 일할 수 있게 하면 더 폭넓은 백그라운드와 경험을 갖춘 인재들을 채용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무실 근무를 원칙으로 하면 그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인재는 채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재택근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인재도 채용이 가능하다. 사무실 비용도 아끼고 더 다양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네이버가 오는 7월부터 주 5일 재택근무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회사에 전혀 나오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젊은 MZ 세대 직원들이 강력히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MZ 세대 직원들도 분명히 인식할 게 있다. 일단 재택근무를 선택한 이상 퇴로는 없다. 에번스와 버넷이 말했듯이 돌아갈 사무실은 없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착각이 될 것이다. 회사는 당신에게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싶다고요? 당신이 쓰게 될 사무실 공간 면적을 감안할 때 비용이 이 정도네요. 이 비용 이상 더 성과를 낼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물을 것이다. 게다가 회사는 당신 대신 미국이나 유럽 인도 아프리카의 인재를 채용해 재택근무를 시킬 수 있다. 재택근무로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경계가 무너지면서 당신은 더 지독한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대사다. 이 대사를 재택근무에 적용하면 "큰 자율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되겠다. 재택근무를 하면 회사는 직원을 감독하지 못한다. 언제 어떻게 일하라고 강요할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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