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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분야 스타트업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기치로 야심 차게 시작했으나 아직 갈길은 멀다. 펀드 운영사 출자금을 포함해 400억원이란 거금이 모였지만 세부 활용방안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3사의 계획은 명확하다. 출자금으로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해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사업 연계 및 제휴를 통한 '동반성장'을 이루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ESG 방향성과 이에 걸맞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옥석을 가려내기는 쉽지가 않다. 무늬만 ESG 전략을 쓰는 기업 이른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실제 스타트업 업계엔 겉으로만 ESG 전략을 쓰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ESG 열풍에 동참해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제지업체의 경우 벌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파괴는 공개하지 않고, 재생지 활용 등 특정 부문에만 초점을 맞춰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국내 한 스타트업 임원은 "투자를 받기 위해 ESG를 흉내 내는 회사도 생각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제대로 된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할 기업이 얼마나 자신의 회사와 미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이를 가려내는 명확한 평가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ESG 성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 검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단순 기술력 하나로 판단해야 하는데, 정보 부족으로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를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적합한 가이드라인과 평가 지표의 부재 탓이다.
물론 스타트업 입장에선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기업에 수십억의 돈이 투입되는 만큼 신중한 선별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 투자 스타트업 지원 방안 논의를 위해 최근 이통3사가 구성한 자문위원회 역할이 더욱 중요시되는 시점이다.
ESG의 펀드를 위해 한 분야 기업들이 힘을 모은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이제 막 발을 내디딘 만큼 다른 기업들의 귀감이 되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수 있다. ESG를 단순 규제와 시대적인 압력으로 생각하지말고, 올바른 스타트업을 선발해 선순환 프로세스를 구축한 모범적인 예시를 보여줄 필요
물론 400억원이란 큰돈이 들어가는 만큼 당장은 수익과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ESG를 통한 향후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빛을 발할 것이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사회책임투자'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착한 기업이 돈을 버는 시대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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