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협,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수업으로 매출 없이 인건비 출혈만
"2년 만에 학교 돌아오니 학식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학식을 둘러싼 성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 학생들이 모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7천원 짜리 학식 사진으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7천 원이라는 가격도 놀랍고, 가격을 고려할 때 그만한 구성이 아니라는 게 학생들의 불만입니다.
가격 인상은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계란 한 판 가격이 한 달 새 10% 넘게 뛰었고, 파 가격은 일 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으로 식용유 대란까지 예고되고 있습니다.
충남대와 중앙대, 숙명여대 등 주요 대학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다른 대학 생활협동조합도 학식 가격 인상을 일제히 검토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껑충 뛴 재료값 상승을 대학 캠퍼스의 학생들이 전부 떠안고 있고, 상승 폭이 너무 큰 게 문제입니다.
일례로 서울대학교 직영 식당의 'C메뉴' 가격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4천원 안팎으로 제공됐지만 현재는 6~7천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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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진이 먹어본 서울대 생협 식당 메뉴(외부인에게 7천 원으로 판매된다) |
사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금액 상승분입니다.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조윤성(학부생) 씨는 "가격을 생각했을 때 구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며 가격이 동결된 '1천원 학식'을 먹거나
생협 운영이 아닌 외부 식당을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소민(학부생) 씨도 생협 식당이 다양한 가격대를 제공하지만 6~7천 원대 메뉴는 일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보니 배달 수요가 늘고 있다고 상황을 전해줬습니다.
왜 이렇게 가파르게 가격이 올랐을까 여러 대학의 생활협동조합에 취재를 해봤습니다.
가격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은 재료값 상승이었습니다, 대면 수업으로 수요가 탄탄해진 직영 식당이지만 고물가를 버티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비대면 수업으로 매출이 사실상 '0원' 상태로 인건비만 지출한 게 2년, 그동안 쌓인 적자가 다음 문제라고 했습니다.
인상 원인으론 두 번째지만 생활협동조합의 우려는 여기에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영업시간 제한을 받았던 소상공인은 손실보상금 지급 대상이지만 생활협동조합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생협 관계자는 "우리가 소상공인은 아니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사실상 영업제한을 받았다"라며 "정부가 학교 직영 식당까지 폭넓게 지원해야 맞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대학 본부와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잘 진척이 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재료값 상승은 가격 인상 분의 60% 정도를 구성하는데, 나머지 금액으로 그동안의 적자가 메워질까 하는 예상도 있었지만 인건비 상승과 앞으로의 전기요금 상승을 고려하면 그것도 어렵다는 게 생협의 설명입니다.
부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학교 학생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생활협동조합의 식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영양 공급처입니다.
취재진과 만난 또 다른 학부 재학생 전지원 씨는 "7천 원이 비싸다는 얘기가 요즘 들리지만 생협 식당은 다양한 곳(단과대)에서 다양한 가격대를 제공하기 때문에 만족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학 본부 관계자는 학식 가격 논란과 관련, MBN에 밀키트 등 중간 가격대의 메뉴 공급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의 반조리가 필요한 밀키트나 도시락 등 임시 방편은 시급한 불편을 해소하고 물가 인상의 충격을 덜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균형잡힌 식단을 공급하는 학내 식당이 정상화되는 게 이후 목표가 되어야 것으로 보입니다.
높은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매장에서 그나마 변동이 적은 가격과 품질로 상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은채 기자 icecrea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