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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후성심근증 모식도 |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이현정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19년 사이 비후성심근증을 진단받은 41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좌심방변형률과 심장기능을 측정한 후, 심부전 발생 여부에 대해 약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미국심장협회 '심혈관영상저널'(Circulation Cardiovascular Imaging, IF 7.792) 4월호에 '주목받을 이달의 논문'으로 게재했으며, 미국의사들의 필수교육평점 획득을 위한 연구로도 선정된 바 있다고 27일 밝혔다.
운동선수의 급사를 일으키기로 유명한 비후성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유전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전 세계인구 200명당 1명꼴로 흔하게 발견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젊었을 때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나이 들어 진단받는 비율이 늘면서 최근 국내 유병률도 외국과 마찬가지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이 있으면 특히 말기 심부전(end-stage heart failure)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부전은 심장의 수축·이완에 문제가 생겨 혈액을 신체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경우 심장벽이 두껍고 뻣뻣해지며 잘 늘어나지 못해 좌심실의 이완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이 발생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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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심방변형률에 따라 구분된 기능 장애 정도(정상 및 1~3단계) 및 비후성심근증환자의 심부전 관련 무사건 생존율 사이의 관계(그래프 오른쪽). 비후성심근병 환자 중 (가)경증 섬유증이 있는 정상 이완기능(좌심방변형률 38.7%)의 56세 남성, (나)중증 섬유증이 있는 기능장애 3단계 그룹(좌심방변형률 9.2%)의 75세 ... |
연구팀은 심장초음파 검사로 측정 가능한 '좌심방변형률'에 주목했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좌심실 이완 기능이 저하된다고 다른 심장질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비후성심근증 환자 414명의 심장초음파를 분석해 좌심방변형률과 좌심실 이완 기능을 측정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평균 좌심방변형률은 23%로 정상인 평균(35%)에 비해 낮았다. 좌심방변형률이 낮은 환자일수록 좌심실 이완기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장벽의 두께가 두껍고, 심장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 범위도 넓었다.
또한 연구팀은 좌심방변형률에 따른 심부전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이때 비후성심근증 환자를 심장 이완기능 장애 정도에 따라 △정상(35% 이상) △1등급(24~35%) △2등급(19~24%) △3등급(19% 미만)으로 분류하고, 10년 무사고 생존율(10-year event-free survival)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정상 그룹의 심부전 관련 10년 무사고 생존율은 100%였다. 즉, 비후성심근증이 있더라도 좌심방변형률이 정상범위인 환자들은 10년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사망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이완기능 장애 그룹의 10년 무사고 생존율은 1등급(24~35%), 2등급(19~24%), 3등급(19% 미만) 순서로 각각 91.6%, 84.1%, 67.5%였다. 좌심방변형률이 낮아질수록 심부전 발생 비율도 증가한 것이다.
김형관 교수는 "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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