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수출 증가율 11년만에 최고 찍었다

1분기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실적이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호주가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에 올랐다.
26일 대한석유협회는 올해 1분기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1억899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분기를 기준으로 2011년(+25.6%) 이후 11년만에 최고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수출금액은 120억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95.3% 늘었다. 1분기 증가율로는 지난 2000년(+118.2%) 이후 2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1분기 국가 주요 수출품목 중 석유제품이 자동차를 제치고 4위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순위가 한 계단 더 올랐다.
대한석유협회는 1분기 수출량, 수출액 증가 배경으로 글로벌 석유수요 확대와 국제유가 상승 등을 꼽았다. 실제로 올 1분기 국제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95.6달러로 지난해 1분기 대비 59% 상승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미에너지정보청(EIA) 등 주요 에너지기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 완화 등에 따라 이동수요·산업생산이 늘면서, 올해 일일석유수요는 3백만 배럴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수요심리가 회복되면서 석유제품 수출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도 전년(8.8달러) 대비 10.7달러 증가한 배럴당 19.5달러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주요 정유업체들의 경영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1분기 석유제품 주요 수출국과 수출비중은 호주(13.2%), 중국(12.7%), 싱가폴(12.6%), 일본(9.8%), 베트남(9.1%) 순으로 집계되었다. 호주가 국내 석유제품 최대 수출국가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 2016년부터 중국이 6년 연속 최대 수출국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중국 정부의 경순환유(LCO) 수입소비세 부과 등에 따라 중국향 수출물량이 줄어든 여파다.
반면 대 호주 수출량은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는 49% 늘었고, 올 1분기에는 81%의 증가율을 보였다. BP, 엑슨모빌이 각각 2020년, 2021년 호주 내 정유공장을 폐쇄조치하면서 호주 전체 정제설비 중 50%가 멈춰선 결과로 해석된다. 당분간 석유제품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호주 시장을 국내 정유업체들이 발빠르게 공략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아울러 베트남이 주요 수출국 5위에 올라선 점도 눈에 띈다. 베트남은 지난 2월 최대 정유시설인 응히선'(Nghi Son) 정유공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가동율을 25%포인트 줄였다. 이로 인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공급 부족사태가 발생했고, 국내 정유사들이 현지 시장을 공략하면서 수출량 증가율이 202%에 달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석유수급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국내 정유사는 세계 5위의 정제능력과 우수한 정제경쟁력을 보유한 석유강국"이라며, "앞으로도 정유업계는 국내 수급안정 뿐만 아니라 수출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서 업계 수익성 개선 및 국가수출에도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윤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