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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제공 = 가톨릭대학교] |
최근에는 표적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어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일명 원샷 항암제로 불리는 CAR-T 세포치료도 상용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통한 유전체 분석이 사용됨에 따라 환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정 돌연변이에 맞는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정밀의료'기반의 치료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혁신적인 치료제들 대부분이 고가라는 점이다. 이에 시판허가를 받더라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승인 이후 보험급여를 적용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자비로 치료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취약계층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거나 치료제 보험적용을 기다리다 끝내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치료제가 있어도 쓸 수 없는 이와 같은 상황은 '재난'과 다를 바 없다.
정부도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소득 기준과 의료비 지출 등 일정 자격 요건을 만족하는 환자에 한해 연 최대 3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제도는 비급여 의료비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 자비 부담이 어려운 환자들이 보험급여 전인 고가의 치료제를 투여 받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재난적 의료비 신청 경험이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측면도 적지않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신청 절차 및 기준, 제한적인 지원대상, 비싼 의료비에 비해 부족한 지원 금액 등으로 신청 경험이 있는 환자들 중 소수만 실질적으로 지원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점로 인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환자 친화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또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를 첫번째 보건의료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당선인의 지원 확대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재원 확충이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과 희귀질환, 취약계층 환자들을 포함해 지금 보다 많은 환자들이 실질적인 제도적 혜택을 받으려면 재원 확충이 급선무다. 현재 500억 원 규모인 재난적 의료비 재원을 10배, 20배는 늘려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공약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겠지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이 고민일 것이다.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보험급여 등재를 위해 제약사가 분담하는 위험분담제 환급금 (2022년에만 약 4000억원 추정) 등을 재난적 의료비 재원으로 특정해 활용한다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지원절차와 기준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작성하기 어렵고 복잡한 신청서 대신 의료비 (약제비) 영수증이나 진료기록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도 심사를 거쳐 재난적 의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효율화 해야 한다.
위와 같은 필자의 제안에 따라 재난적 의료비
[강진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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