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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경남 김해에 위치한 가야CC에서 열린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2' 3라운드 경기에 많은 관중들이 모여 있다. [사진 제공 = KLPGA] |
지난해 서울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28살 사원 A씨. "주변 사람들보다 늦은 편"이라는 그는 주말마다 스크린골프 연습장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내달께 첫 라운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골프야말로 요즘 대세 스포츠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자 유통업계가 골프 관련 상품 매출에 열을 내고 있다. 2030 소비자 사이에서 골프에 새로 입문하는 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인데 업계에서는 골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을 탄 점과 충동소비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25일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1일까지 SSG닷컴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골프용품 매출이 전년보다 9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상품 중에서는 보스턴백이 가장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올해 1~3월 골프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3% 신장률을 기록했다. 한 해 전 65.5% 신장률을 기록한 데 이은 성과다. 골프 관련 전체 매출 중 2030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어섰다.
중고 상품 거래도 늘었다. 중고 골프용품 거래 플랫폼 '에스브릿지'에서 올해 1분기 MZ세대의 골프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약 187% 늘었다. 이 기간 거래 건수는 약 112% 증가했다. 골프 인기검색어 중 1위와 2위는 '골프채', '골프백'이 각각 차지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골프가 대세 스포츠로 떠오른 점이 2030 소비자의 시장 유입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골린이' 해시태그 건수가 96만8530개가량 등록돼 있다. '골린이'는 골프에 입문한 초보자를 일컫는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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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골프용품.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KB경영연구소는 "2030 여성 골퍼의 경우 기능성보다 패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여행 제한이 불가피해지면서 당분간 해외 원정 골프활동 인구의 국내 유입이 이어져 국내 골프산업 성장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KB경영연구소와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15만명(22.3%)이 2030 골퍼다. 3년 이하 신규 골프 입문자 중 2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이른다.
한 골프웨어 브랜드 관계자는 "골프시장 종사자로서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건 분명 청신호"라며 "골프장, 실내 스크린 연습장, 골프웨어 등 시장 전반 분위기가 밝다. 해외여행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안정적인 성장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젊은 골퍼들의 시장 유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한은행이 이달 5일 발표한 '2022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활동을 하는 1만명 중 32.5%는 "예정에 없던 목돈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2.6%는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후 억눌렸던
한 업계 관계자는 "(골프에)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건 사실"이라며 "유입이 많다고 해서 장기적인 전망이 꼭 좋으리란 법은 없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경제력에 상응하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골프를 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귀띔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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