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생활속의 뉴스기사를 활용해 유전학 지식을 쉽게 소개한 책이 나왔다.
최근 출간된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고려의학 출판·194P)가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20년간 유전역학을 연구하고, 10년간 대학에서 임상유전학을 강의한 을지대 임상병리학과 설재웅 교수가 저술한 과학 에세이이다.
책속의 한 대목을 보자. 영화 '십계'는 모세와 십계명에 관한 내용이다. 보건학 연구자인 저자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십계명은 '부모님을 공경하면 장수한다'는 것이다. 왜 '부모님을 공경하라'가 아니고 '부모님을 공경하면 장수한다'고 할까? 이에 대해 오랫동안 물음표로 남아 있었다.
저자는 유전학을 공부하던 중에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가 몸이 아파서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의사도 아닌 부모님이 참으로 효과적인 처방을 주실 때가 많다. 좋은 민간요법을 알려주시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왜 가능할까?
유전학 관점으로 보면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달리 부모님은 나와 유전자의 절반을 공유하고 있다. 즉, 나와 유전적으로 50%씩 닮았다. 이 말은 내가 걸린 질병이 나의 부모님도 유전적으로 걸렸을 확률이 일반인보다는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부모님의 의외의 좋은 처방은 부모님이 같은 경험을 하셨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과 산지식이 의학이 발달하기 전 과거에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부모님이 직접 경험한 건강에 대한 지식은 자녀에게 큰 지혜가 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자식의 미래와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님께서 사랑으로 하시는 말씀을 잘 들으면 장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라며 본인도 본가에 가면 가끔 다음과 같은 어머니 잔소리를 듣는다고 밝혔다. "너 배가 좀 나왔다" "머리는 얼마나 빠졌나 보자" "내가 해보니 운동이 최고다. 너도 꼭 좀 시간을 내서 운동해라"
저자는 유전학적 관점에서 부모님의 말씀을 잔소리로만 듣지 말고, 귀담아듣고 실천해보라고 조언한다.
설재웅 저자는 현재 을지대 임상병리학과에서 교수 및 학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연세대 대학원 보건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존스홉킨스(Johns Hopkins)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후연구원,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연구조교수를 역임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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