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조지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34)의 목에선 연주 내내 반짝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부니아티쉬빌리는 움직임이 큰 피아니스트다. 다이내믹스(셈여림)가 절정에 이르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연주할 정도다.
이날 연주 때 부니아티쉬빌리는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하고 무대에 올랐다. 제품은 1억8650만원 상당의 '플뤼 드 까르띠에 네크리스'. 총 13.95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224개가 세팅된 목걸이다. 연주회 시작 1시간 전 까르띠에 측이 경호요원들과 함께 연주회장으로 직접 공수해 부니아티쉬빌리에게 전달했다.
부니아티슈빌리는 육감적인 몸매와 구릿빛 피부, 고혹적인 눈매로 '흑진주'를 연상케 하는 매력을 뿜어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단발머리가 화려한 손 움직임에 따라 격렬하게 찰랑거리는 장면은 부니아티슈빌리의 전매특허다. 그는 연주할 때 과감한 무대의상을 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붉은색과 같은 강렬한 원색 계열 드레스를 좋아하고, 등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즐겨 입는다. 부니아티슈빌리가 등 전체를 드러낸 순백색 드레스를 입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교향악단과 협연한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연주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가 클래식 연주영상으로는 이례적인 900만회를 웃돈다. 그는 이날 연주회 때도 과감한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건반 위의 패션모델'로 불리는 그는 2020년 10월 글로벌 앰버서더(홍보대사)로 까르띠에와 인연을 시작했다. 정교함과 간결함, 완벽한 비율을 추구하는 까르띠에와 과감하면서도 도발적이고 때론 거친 연주를 선보이는 부니아티쉬빌리와 조합이 정반합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명품 브랜드가 클래식 아티스트와 손을 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200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중국 피아니스트 윤디리가 명품 시계브랜드 롤렉스 홍보대사로 활동한 정도가 눈에 띈다.
부니아티쉬빌리는 연주회 다음날인 21일 서울 청담동 라움에서 까르띠에가 초청한 200여명의 VIP들을 위한 살롱 연주회를 열었다. 첼리스트 송영훈 등 여러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실내악 연주회로 진행됐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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