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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그랜저 [사진 출처 = 현대차] |
'5년 연속'을 끝으로 2017년부터 차지한 '국민차' 타이틀을 놓을 줄 알았는데, 반도체 품귀로 발생한 출고대란에서 다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20일 현대차·기아 차종별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그랜저는 올 1월 판매대수가 2000대 미만으로 떨어지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1위 그랜저보다 '성공 아이콘' 급이 높은 제네시스 G80보다 3000대 이상 적게 팔렸다. 그랜저는 바로 부진에서 탈출했다. 2월 회복기를 거쳐 3월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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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저 [사진 출처 = 현대차] |
6세대 그랜저 판매가 본격화된 지난 2017년부터 '6년 연속' 1위라는 대기록 수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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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저 [사진 출처 = 현대차] |
경쟁차종이자 기아 쏘렌토와 카니발이 1위를 차지할 수 있게 지원한 기아 K8(6008대)에도 밀렸다.
8월에는 더 심각했다. 3685대 팔렸을 뿐이다. 기아 스포티지(6571대), 기아 카니발(5611대), 기아 K5(4368대), 기아 쏘렌토(3974대)에 졌다.
동생인 현대차 쏘나타(4686대)와 현대차 아반떼(4447대)보다 적게 팔렸다. 국산차 판매 10위로 추락했다.
9월에는 판매대수가 3216대까지 줄었다. 1위 아반떼(5217대)와 2001대 차이났다. K8(3188대)과는 28대 차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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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저 경쟁차종인 기아 K8 [사진 출처 = 기아] |
11월에 6918대 팔리면서 스포티지(9448대)에 밀려 2위로 떨어졌지만 다음달 바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2월 판매대수는 7740대다.
그랜저는 지난해 총 8만9084대 팔리면서 국산차(승용차 기준)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5년 연속' 1위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같은 기간 K8은 4만6741대 팔렸다. K7 시절보다 13.9% 판매가 늘었지만 그랜저엔 역부족이었다.
카니발은 전년보다 14.5% 증가한 7만3503대를 판매하며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그랜저를 제치고 1위도 넘볼 정도로 선전했지만 뒷심이 2% 부족했다.
3위는 아반떼(7만1036대), 4위는 쏘렌토(69934대), 5위는 쏘나타(6만3109대)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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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 = 기아] |
아산공장이 전기차 생산설비 공사 진행에 들어가면서 그랜저 생산이 일시 중단된 여파다.
그랜저가 생산 차질로 헤매는 동안 '국민차'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차종들은 달렸다.
같은 기간 기아 K8은 2566대 판매됐다. G80은 5501대, 아반떼는 5437대, 쏘렌토는 5066대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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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저(왼쪽)와 K8 [사진 출처 = 현대차, 기아] |
3월에는 마침내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판매대수는 6663대다. K8(2722대)을 압도했다. 쏘렌토(5435대), 스포티지(4919대), 카니발(4065대) 등 1위 경쟁차종들도 제쳤다.
그랜저는 올 1~3월 총 1만2959대 판매됐다. 쏘렌토(1만5277대), G80(1만4123대), 스포티지(1만3155대), 아반떼(1만3026대)에 이어 5위다. K8(8220대)보다 4000대 이상 많이 팔렸다.
1분기 실적만으로 분석한다면 2016년 11월 6세대 모델이 나온 뒤 2017년부터 차지한 '국민차' 타이틀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판매실적이 들쭉날쭉 했던 경쟁차종들과 매월 판매대수가 증가 추세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대로 판매된다면 '6년 연속' 국민차 타이틀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그랜저는 출고 대기기간이 6개월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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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출시된 6세대 그랜저 [사진 출처 = 현대차] |
현재 판매되고 있는 그랜저는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완전변경'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호'보다 '불호'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가 불호를 압도했다. 실내는 준대형 세단을 넘어 대형 세단에 버금갈 정도로 안락해졌다.
경쟁차종은 물론 더 비싼 수입차종도 따라올 수 없는 안전성과 편의성도 갖췄다. 중형 세단 구매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격대도 인기에 한몫했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경쟁차종들을 압도하는 안전·편의사양에 "지금까지 이런 그랜저는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랜저 판매 신화에는 '성공'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랜저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처럼 E세그먼트(Executive cars, 프리미엄 중형·준대형차급)에 해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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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저 실내 [사진 출처 = 현대차] |
'이그제큐티브(Executive)'도 경영진, 중역, 고급이라는 뜻을 지녔다. E세그먼트는 성공한 직장인이 오너드리븐(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처럼 여겨진다.
그랜저는 '웅장, 위엄, 위대함'이라는 뜻을 지닌 차명에 어울리게 1986년 첫 선을 보인 이후 30년이 넘는 기간 국산차를 대표하는 '성공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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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G80 [사진 출처 = 현대차] |
6세대 들어서는 젊어진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30~40대에게도 인기를 끌며 '젊은 아빠차' 또는 '오빠차'로도 여겨졌다. 현재 판매되는 6세대 부분변경 그랜저는 '엄마차'로도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2020년 1~8월 그랜저 구매자를 성별·연령별로 분류한 결과 남성은 75%, 여성은 25%로 나왔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22%, 40~50대가 61%, 50대 이상이 16%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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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저 [사진 출처 = 현대차] |
그랜저가 호시탐탐 '국민차' 타이틀을 노리며 K8 지원까지 받은 쏘렌토, 카니발에 밀릴 수도 있다. '성공 아이콘' 타이틀을 G80에 완전히 물려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5년 연속 판매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그랜저는 이미 성공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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