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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가 가장 또렷한 발음을 할 수 있을 때 목소리를 미리 저장하고 1~2년 뒤 혀가 마비 돼 발음을 할 수 없을 때 기존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루게릭 환우가 입력한 특수자판 글자를 1~2년 전 녹음했던 목소리로 변환해 대화하듯 실시간 소리로 만들어주는 기술이죠.
KT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총 8명의 루게릭병 환우를 대상으로 목소리를 복원하고 모바일 앱 '마음톡'으로 일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지원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루게릭병 환우를 돕는 비영리재단인 승일희망재단과 협력해 총 8명의 환우들로부터 프로젝트 참여 신청을 받았습니다.
아시겠지만 루게릭병은 운동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으로 뉴욕양키스의 전설적 4번 타자였지만 해당 질병으로 1941년 사망하면서 이 잔혹한 질병의 이름이 됐습니다.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영국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젊은 스물 한 살의 나이에 루게릭 진단을 받았죠.
KT는 지난해 이 사업을 신청한 환우 한 명 당 약 500개의 대화체 문장 음성파일을 전달 받아 개인화 음성합성기술(P-TTS)을 토대로 음성 샘플 데이터를 교정하고 목소리를 생성했습니다. 각자의 목소리를 보존한 8명의 환우들이 향후 1~2년 뒤 혀가 마비돼 소리를 낼 수 없을 때 바로 이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지요.
말을 못하게 되는 환우들이 가족과 지인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마음톡' 앱에서 텍스트로 입력합니다. 그러면 이 앱이 해당 환우의 목소리로 텍스트를 변환해 대화하듯이 읽어주는 방식입니다. KT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수 천만 번의 연산을 거치는데 연산 시간은 1초 내외로 체감 지연이 없어 가족 등 타인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고 스마트폰 통화도 가능하다"라고 이 기술의 혁신성을 설명합니다.
KT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승일희망재단의 박성자 상임이사도 "실제 이 앱을 써 본 환우 분께서 (수 천만 번의 연산으로 복원되는) 자신의 목소리가 지금과 거의 똑같다며 놀라워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박 상임이사의 동생도 현재 루게릭을 앓고 있는 박승일 전 농구 코치입니다.
그런데 이 놀라운 기술이 실제 루게릭 환우에게 쓰이는 시점을 생각해보면 마음 한켠으로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마음톡 앱을 써야하는 환우의 상태가 곧 루게릭 증상이 이전보다 더 악화(발음 불가)됐음을 뜻하기 때문이죠. 또 발음을 못해 자판을 통해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 근력이 유지되는 기간도 환우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2년 안팎으로 무척 짧습니다. 자판조차 손으로 입력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마음톡 앱을 통한 소리 대화도 불가능해집니다. 향후 새 기술로 넘어야 할 과제이지요.
그럼에도 박성자 상임이사는 KT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가 환우들에게 갖는 가치가 무척 크다고 강조합니다.
"내 목소리를 잃기 전 미리 저장해두고 실제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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