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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답답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픕니다. 그동안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려 '마기꾼(마스크+사기꾼)' 효과를 톡톡히 누렸는데, 더는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피부과 예약이나 화장품 판매량이 늘었다는 기사를 보면 저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 마스크는 독감에 걸린 사람이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기 위해 쓰거나 소아암, 백혈병 환자가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착용했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거의 쓰지 않았기에 대개는 마스크 쓴 사람을 '어딘가 아픈 사람'이라고 인식했죠.
그런데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병에 걸려서가 아니라 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쓰다 보니 마스크를 쓰면 '방역을 잘 지킨다'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게 됐죠.
실제로 일본 도쿄대·훗카이도대·후쿠야마대 공동 연구팀은 작년 6월 코로나19가 마스크 인식에 미친 영향에 관한 실험 결과를 영국 학술지 세이지저널(SAGE JOURNAL)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앞서 2016년 수행된 마스크 인식 관련 실험을 2020년에 똑같이 진행해 그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실험은 남녀로 이뤄진 집단에게 의료용 마스크를 썼거나 쓰지 않은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고 매력도를 평가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사진은 낮음, 중간, 높음 등 미리 평가된 매력도에 따라 3개 세트로 구성됐고, 각 세트에는 맨 얼굴과 의료용 마스크를 쓴 사진이 섞여 있었습니다.
연구팀의 예상대로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2016년 실험에서는 의료용 마스크를 쓴 사진의 매력도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보다 낮게 평가된 반면 2020년 실험에서는 되려 높은 평가를 받은 겁니다. 앞선 실험을 진행한 연구팀은 의료용 마스크가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는데 최근 실험은 이런 인식이 바뀌었다는 걸 시사합니다.
연구팀 역시 "이전에는 실험 참가자들이 기침, 알레르기 같은 개인의 의학적 상태와 의료용 마스크를 연관시켰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발병 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감염 예방, 사회적 규범 준수와 연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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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마이클 루이스 영국 카디프대 심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작년 2월 43명의 영국 여성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성, 천 마스크를 쓴 남성, 파란색 의료용 마스크를 쓴 남성, 검은 책으로 얼굴 하부를 가린 남성의 사진 총 40장을 보여준 후 매력도를 1부터 10까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여성들은 파란색 의료용 마스크를 쓴 남성의 매력도를 가장 높게 평가했고, 검은 책으로 얼굴을 가린 남성의 매력도를 가장 낮게 평가했습니다. 비슷하게 남성에게 여성 사진을 보여준 실험에서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똑같이 얼굴을 가려도 마스크로 가린 게 더 매력있고, 천보다 의료용 마스크를 썼을 때 더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루이스 교수는 "팬데믹은 우리가 마스크 착용자를 인식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라며 "이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병이 있다', '나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연구팀은 더 매력있게 보이는 이유는 뇌가 부족한 정보를 이미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채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루이스 교수는 "마스크가 눈에 주의를 집중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라며 "뇌가 가려진 부분을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통해) 상상하면서 매력이 과장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마스크에 관한 실험들은 소수의 사람에게 진행됐기 때문에 절대적인 사실은 아닙니다. 그래도 코로나19 종식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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