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지만, 운동이 썩 내키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화사한 날씨를 만끽하며 봄꽃을 구경하기 위해 어슬렁거릴 순 있어도 마음먹고 운동을 하는 것에 주저하는 게 일반적이다. 운동은 금연, 절주, 적정 체중유지, 건강한 식단 등과 함께 건강을 지키는 5대 기본수칙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건강에 좋은 운동을 하고 싶지 않는 이유는 뭘까?
김성권 서울의대 명예교수(서울K내과의원 원장)는 다니엘 리버만 미국 하버드대 진화생물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사람이 운동하기 싫은 이유가 생긴 지는 수 만년쯤 되었으며 거의 '본능'에 가깝다. 인류의 진화와 유전을 고려하면 운동은 역설적이지만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버만 교수는 세계적인 진화와 유전 분야 전문가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사냥으로 먹고 살았던 원시인들은 하루 몇 시간 이상, 때로는 온종일 산과 들, 강과 바다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그렇게 돌아다녀도 음식을 구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원시인들은 많이 움직이는 데 비해 먹는 것이 부족하기 일쑤였다. 이런 상태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움직임을 줄여 칼로리를 절약해야 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굶어 죽을 확률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성권 교수는 "현대 인류가 원시인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했을 경우 아무도 조깅을 하려고 외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원시인들에게는 조깅이나 에어로빅,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시인들은 지금 우리가 하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원시인의 시각으로 보면, 운동을 싫어하고 쉬는 날이면 소파에 드러누워 빈둥빈둥하는 사람이 '정상'에 가깝고,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비정상'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비교적 원시인의 삶에 가깝다는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에서도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부시맨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하루 평균 4~6시간, 8~16km를 걷고 뛰어다닌다. 이들은 움직이지 않으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므로 쉼 없이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사냥하지 않을 때는 가만히 있어야 불필요한 칼로리 소모를 막을 수 있다. 부시맨은 건강을 위해 운동하지 않는 셈이다.
인간은 발가락과 뒤꿈치가 짧고, 땀을 잘 흘리게 진화한 것도 음식을 구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인간은 치타나 사자의 달리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지만, 지구력이 뛰어난 것은 오래 걷고 달리면서 음식을 찾을 수 있도록 진화됐기 때문이라고 진화생물학자들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인이 음식을 얻는 방법은 원시인과는 전혀 다르다. 음식을 구하려면 자동차를 타고 마트나 슈퍼마켓, 식료품점에 가면 된다. 거의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이마저도 점점 변해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주문만 하면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택배가 대세가 되고 있다. 집의 주방도 최소화하고, 간편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러면서 현대인은 원시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름지고, 달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한다. 칼로리 과잉은 비만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성권 교수는 "현대인의 몸에 칼로리 부족을 막으려던 원시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