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조기 발견하면 생존율이 95%에 달하지만, 조기 위암환자의 최소 60~70%를 위와 위 주위 림프절을 절제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조기 위암은 병변이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다면 굳이 개복 수술이 아닌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ESD)'로 간단히 제거가 가능하다. 이는 회복기간이 짧고 환자의 고통 및 스트레스가 적으며, 개복수술로 인한 합병증도 적어 환자 부담이 적다. ESD 시술은 병변 하 점막하층에 특수 용액을 삽입해 점막층과 점막하층을 분리한 후 병변 주위를 포를 떠내듯 제거하는 수술이다.
그러나 위암의 표준수술은 위절제술이다. 일부 위암의 ESD를 제외하고 조기 위암환자의 3명중 2명은 위의 상당부분을 잘라낸디. 수술 전 또는 수술 중 림프절 전이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재발 방지를 위해 위를 잘라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암을 조기에 발견해도 표준 위절제술을 적용받게 되어 위절제술 후에는 삶의 질 저하를 겪게 된다.
위 절제술의 대표적인 후유증은 철분흡수 감소에 따른 담석생성, 빈혈 및 골다공증, 장중첩증 등 적지 않다.
먼저 위절제 후 미주신경 절제로 인한 담낭운동성 감소로 인한 담석 생성확률이 높아지고, 철분 흡수도 떨어져 빈혈 및 골다공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철분은 위산에 의해 흡수가 쉽게 바뀌지만 위절제로 위산분비가 줄어 결국 철분흡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장중첩증도 위절제 후 종종 발생해 응급실로 실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 중첩증은 마치 망원경을 접을 때처럼 장의 한 부분이 장의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 것을 말하며, 소장 말단과 막창자 사이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골다공증에도 쉽게 노출된다. 서울성모병원 송교영 교수·성빈센트병원 박기범 교수 연구팀이 위암환자를 조사한 결과, 골다공증 진단율은 위암 수술 환자 50.2%(522명 중 262명), 일반인 19.3%(2,088명 중 403명)로 위암 수술 환자의 진단율이 유의하게 높았다. 위암 수술 환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빈도가 증가해 수술 후 10년 경과 시점에는 90% 이상에서 진단됐다. 골다공증 발생은 위 부분절제술보다 전절제술을 받은 경우, 고령인 경우, 여성인 경우, 체질량지수가 낮은 경우 의미 있게 높았다.
이런 가운데 조기 위암에서 감시림프절 생검을 시행해 전이가 없는 경우에는 위를 잘라내지 않고 위보존술을 적용하는 게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림프절 전이여부를 확인한 뒤 위절제냐, 위보존이냐를 선택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 동안 혹시 모를 암 전이를 우려해 위를 잘라내야 한다는 '의사중심의 치료'에서 '환자중심의 치료'로 바뀌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류근원 교수 연구팀은 조기 위암에서 감시림프절 생검 시행 후 전이 음성인 경우 위절제술이 아닌 위보존수술 적용이 가능하며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과 영양상태도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3월호에 온라인으로 게재했다고 14일 밝혔다.
류근원 교수팀은 "종양 직경 3cm이하의 조기 위암은 림프절 전이 확률이 10% 내외로 나머지 90%에서는 위보존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수술 전 또는 수술 중 림프절 전이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재발 방지를 위해 표준 위절제술을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라며 "그러나 '조기 위암 환자에서 복강경 위보존수술을 위한 감시림프절 생검: 무작위 임상연구'(Laparoscopic sentinel node navigation surgery for stomach preservation in patients with early gastric cancer: A randomized clinical trial)를 통해 조기 위암의 표준 수술인 위절제술이 아닌 감시림프절을 이용한 위보존수술이 위절제술과 비교할 때 수술 후 사망률 차이가 없으며 환자의 삶의 질과 영양상태를 향상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류근원 교수는 국내 7개 대학병원 16명의 공동 연구진과 함께 580명의 조기 위암 환자에 대해 전향적 다기관 3상 무작위배정 임상연구를 수행한 결과 이번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조기 위암으로부터 처음으로 전이가 일어나는 림프절인 감시림프절을 이용한 위보존수술을 시행한 결과를 분석했다. 수술 중 방사선동위원소와 색소를 사용해 감시림프절 생검을 시행하고 병리검사상 전이 음성인 경우, 조기 위암 부분만을 절제하고 나머지 위를 보존하는 수술을 시행해 그 결과를 표준 위절제술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감시림프절 위보존수술 후 일부 환자에서는 재발 또는 보존된 위에서 이시성 위암이 발생했지만, 이 경우 표준 위절제술을 추가 시행하면 최초에 표준 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와 동등한 생존율을 유지함을 확인했다. 위보존수술을 받은 환자는 일반인에 가까운 식생활과 일상생활이 가능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영양상태도 개선됨을 확인했다
류근원 교수는 "기존에 감시림프절 위보존수술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으나 검증하지 못했다. 이번 다기관 3상 연구를 통해 생존율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조기 위암에서 위보존수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임상에서 시행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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