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동물희생 막을 '뼈 모사칩' 개발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학자들이 신약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간 수백만 마리의 실험동물이 생명을 잃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시험법에 대한 개발과 투자가 확대되는 이유다.
국내 연구진이 인체 내 생리현상을 재현할 수 있는 생체모사장기칩을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는 연구장비개발부 김정아 박사 연구팀이 골다공증 약물의 효능을 정확하게 평가·확인할 수 있는 고속 분석용 3차원 뼈모사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뼈모사칩을 통해 얻은 대량의 세포이미지를 KBSI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약물의 정확한 효과를 알 수 있는 이미지 판별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향후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비임상평가나 골다공증 등 골질환 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뼈의 구조적·생리학적 특징을 분석해 칩 위로 옮겼다. 뼈세포에서 추출한 물질 등을 배합해 생체 적합성은 물론, 뼈세포의 성숙과 분화능력을 최적화했다. 뼈모사칩은 대량 제작에도 유리하고 기존 장비들과도 호환성이 높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뼈모사칩을 사용해 생산된 대량의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골다공증 약물의 효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 박사는 "장기칩을 실제 동물대체시험법으로 활용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들을 극복하기 위해 고속 대량 칩 시스템 제작, 생체재료, 이미징,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연구가 뼈 모델은 물론 다양한 질병 모델과 신약평가 플랫폼에 적용될 수 있는 효율적 접근법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