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오리온 등 중국에서 호황을 누리던 한국 식품업체가 현지 소비자의 근거 없는 비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국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모양새다.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관영 매체 관찰자망 등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수출용 제품의 유통기한(12개월)이 내수용 제품의 유통기한(6개월)보다 2배 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본 중국 소비자 일부는 삼양식품이 유통기한을 이중표기해 한국에서 남은 제품을 팔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매운동을 부추겼다. 중국 당국까지 나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삼양식품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제품만 유통기한을 늘린 것이 아니라 수출제품은 모두 12개월의 유통기한을 두고 있어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제품은 내륙 및 해상운송 기간, 수입국의 검역, 통관, 수입 후 내륙 운송 등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유통 판매 시 현지 유통에서 요구하는 신선도를 준수해야 하기에 유통기한을 12개월로 정해뒀다"고 해명했다. 삼양식품뿐 아니라 한국 라면업체의 수출제품 유통기한은 대부분 12개월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에서의 황당한 불매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잘나가던 오리온 초코파이가 역풍을 맞았다.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오리온이 중국과 러시아에서만 가격을 올렸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또 오리온이 한국에서 유통하는 초코파이엔 코코아 파우더를 사용하지만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인체에 해로운 코코아 버터를 사용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리온은 논란 즉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초코파이는 국가별 가격 인상 시점이 각각 다르다. 중국에서 지난해 9월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이후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의 일이 마치 현 시점의 일인 것처럼 소문이 퍼져 오해를 낳고 있다"고 해명했다.
원재료 관련 악소문과 관련해서는 "초코파이에 들어가는 원재료는 전 세계에서 모두 동일하다. 온라인 번역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리온의 공식 해명 이후에도 중국 내에서 근거 없는 주장이 계속해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양식품과 오리온은 모두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식품업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액 6420억원 중 35.8%인 1390억원을 중국에서 냈다. 중국 수출액 중 불닭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글로벌 매출액은 연간 5000억원 수준이며 이 중 43%를 중국에서 거둔다.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본격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한 이유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수입 제품보다 자국 제품을 우선적으로 소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 "중국 현지에서 인기있는 해외 기업 제품을 견제하는 듯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한 정서'를 일으킬 수 있는 주장이 우후죽순 나오는 상황"이라며 "한국 업체가 최선을 다해 방어하고 있지만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근거 없는 비난이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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