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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출시된 신형 벤츠 C클래스 [사진 출처 = 벤츠] |
메르세데스-벤츠가 주제 파악하지 못하는 준중형 세단을 한국에 가져왔다. 6세대로 진화한 신형 벤츠 C클래스다. 벤츠 E클래스보다 '작은 주제'에 플래그십 세단인 벤츠 S클래스를 벤치마킹했다.
주제를 모르는 차가 벤츠 C클래스만은 아니다. 요즘 '대세'를 형성했다. 경차가 소형차, 소형차가 준중형차, 준중형차가 중형차, 중형차가 대형차 '고유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가격은 물론 성능이 겹치기 시작했다.
인도 카스트 제도처럼 '크기=신분=가격'으로 구성된 '자동차 카스트'를 파괴했다.
벤츠 C클래스는 이미 40년 전 자동차 카스트에 반항했다. 건방도 심했다. 둘째 형인 벤츠 E클래스를 뛰어넘어 벤츠 큰형이자 플래그십 세단인 벤츠 S클래스 흉내를 냈다. 올해 국내 출시된 신형 벤츠 C클래스의 '건방'은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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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벤츠 C클래스 [사진 출처 = 벤츠] |
벤츠 C클래스는 미드 사이즈 세단이다. 요즘은 커졌지만 예전에는 현대차 아반떼와 비슷한 크기였다. '벤츠'와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벤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넉넉한 크기에 품격도 넘치며 첨단 사양도 가득 담은 '고급 세단'이기 때문이다.
플래그십 세단인 벤츠 S클래스와 프리미엄 세단인 벤츠 E클래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린 효과다.
사람들의 뇌리에 한번 박힌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게 쉽지 않듯이 벤츠 C클래스 개발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40년 전 벤츠 E클래스보다 작아 가격 경쟁력을 신경쓸 수밖에 없던 미드 사이즈 세단에 최고급 옵션을 넣는 것은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베이비 S클래스'로 불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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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 S클래스 [사진 출처 = 벤츠] |
단,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성능도 중시하는 주요 소비자인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 한계가 닥쳤다. 벤츠 위상에 2% 부족한 성적을 거둬들였다.
벤츠는 이에 4세대 모델부터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고 스포츠 세단 성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안전·편의사양은 여전히 벤츠 S클래스를 지향했다.
전략은 통했다. 2007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은 220만여대가 판매되는 성공을 거뒀다. 1~4세대 총판매대수는 850만대에 달했다.
2014년에 나온 5세대 모델도 품격을 지향하면서 다이내믹하면서도 세련미를 강화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이듬해엔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의 정수라는 쿠페로도 나왔다. 벤츠 C클래스 최초로 오픈카인 카브리올레도 추가됐다.
5세대 모델 출시로 벤츠 C클래스는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기준인 '1000만대'를 돌파했다. 현재까지 1050만대 이상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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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벤츠 C클래스 [사진 출처 = 벤츠] |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성능을 앞세워 20~30대를 집중 공략한 BMW 3시리즈에도 밀렸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대수를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벤츠 C클래스는 지난 2020년 5362대 팔렸다. 같은 기간 BMW 3시리즈는 8150대 팔렸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발생한 출고 대란에다 신형 출시를 앞두고 수요가 감소한 지난해에는 BMW 3시리즈에 완전히 밀려났다. BMW 3시리즈는 지난해 7980대 판매됐다. 수입차 판매 7위도 기록했다.
반면 벤츠 C클래스는 같은 기간 2736대에 그쳤다. 전년보다 49% 판매가 감소했다. 수입차 판매 순위는 30위에 그쳤다. 벤츠 E클래스가 1위, 벤츠 S클래스가 4위를 각각 기록한 것에 비하면 벤츠 이름값을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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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벤츠 C클래스 [사진 출처 = 벤츠] |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지난달부터 국내 판매에 돌입한 벤츠 C클래스는 6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국내 판매 모델은 더뉴 벤츠 C200 4매틱 아방가르드와 더뉴 벤츠 C클래스 C300 AMG 라인이다.
크기는 벤츠 E클래스를 지향했다. 지난 5세대 모델에 이어 6세대 모델도 계속 성장, '중형급'으로 커졌다.
벤츠 C200 4매틱 아방가르드는 전장x전폭x전고가 4755x1820x1440mm다. 벤츠 C300 AMG 라인은 4795x1820x1455mm이다.
5세대 모델(4700x1810x1445mm)보다 더 길고 넓어졌다. 벤츠 C200 4매틱 아방가르드 전고는 5세대 모델보다 낮아졌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65mm로 25mm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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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벤츠 C클래스 AMG 라인(위)과 아방가르드 [사진 출처 = 벤츠] |
길고 넓어졌지만 낮아진 차체, 길어진 휠베이스, 짧은 프런트·리어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으로 이전 모델보다 역동적이면서도 날렵해졌다.
보닛 위 파워돔, 그릴 중앙에 자리잡은 거대한 삼각별은 강렬하다. 날렵해진 헤드램프, 패들 노를 닮은 거대한 공기흡입구, 쐐기형 리어램프는 벤츠 S클래스의 피를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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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벤츠 C클래스 AMG 라인(위)과 아방가르드 [사진 출처 = 벤츠] |
프런트 에이프런은 크롬으로 마감했다. LED 고성능 헤드램프, 18인치 멀티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도 채택했다.
벤츠 C300 AMG 라인은 둥근 사다리꼴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했다. 그릴 안에는 세로바 대신 작은 별들을 촘촘히 배치한 '스타 패턴'을 채택했다.
19인치 AMG 멀티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도 역동성도 강화했다. 머플러 팁은 아방가르드 모델과 달리 차체 밖으로 살짝 돌출했다.
벤츠 S클래스에서 최초로 선보인 디지털 라이트도 기본 사양으로 탑재했다. 교통, 도로상황, 날씨 등으로 바뀌는 운전 환경에서 개별 헤드램프의 픽셀 밝기를 자동 조절해주며 가시성을 높여주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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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벤츠 C클래스 AMG 라인(위)과 아방가르드 [사진 출처 = 벤츠] |
벤츠 S클래스를 통해 최초로 선보인 2세대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다.
차량의 다양한 기능들을 쉽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다. 지문 인식을 통해 로그인하면 즐겨찾기, 행동 기반 예측, 일정 관리 등의 개인화된 설정과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다.
계기판을 꽉 채운 12.3인치 와이드 스크린 콕핏은 한 층 진일보한 느낌을 선사한다. 센터페시아에는 11.9인치 고해상도 LCD 센트럴 디스플레이가 자리잡았다.
대시보드와 센트럴 디스플레이 각도는 운전석을 향해 6도 기울어졌다. 디스플레이 위에는 항공기 엔진 덮개 '나셀'에서 영감을 받은 원형 송풍구 3개가 일렬로 배치됐다.
직사각형 송풍구 4개를 적용한 벤츠 S클래스와 얼핏 보면 차이난다. 자세히 살펴보면 원형이지만 사각형 스타일로 다듬었다. 원형 테두리 안에도 직사각형을 넣었다. 역시 벤츠 S클래스 감성을 추구한 셈이다.
64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앰비언트 라이트는 운전자나 탑승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내 공기질을 관리해주는 공기 청정 패키지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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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벤츠 C클래스 아방가르드(위)와 AMG 라인 [사진 출처 = 벤츠] |
벤츠 C200 4매틱 아방가르드의 경우 벤츠 S클래스에서 가져온 다기능 스포츠 스티어링휠, 블랙 오픈포어 알루미늄 라인 우드트림, 하이 글로스 블랙 센터 콘솔로 우아함에 초점을 맞췄다.
벤츠 C300 AMG 라인은 나파 가죽 소재 D컷 스타일 스티어링휠, 메탈 위브 트림, 메탈 스트럭쳐 센터 콘솔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MBUX 증강현실 내비게이션도 갖췄다.
실내공간은 길어진 휠베이스 덕에 기존 4세대 모델보다 넉넉해졌다. 뒷좌석 공간도 좀 더 넓어졌지만 차급 한계를 벗어나긴 어렵다. 센터터널도 있어 성인 3명이 2열에 타기는 어렵다. 성인 2명과 아이 1명은 가능하다.
두 모델은 2세대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과 9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갖춘 4기통 가솔린 엔진과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가 조화를 이뤄 가속 때 최대 20마력의 힘을 추가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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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벤츠 C클래스 AMG 라인 [사진 출처 = 벤츠] |
D컷 스티어링휠은 손에 꽉차게 굵고 묵직하다. 손으로 잡는 순간 힘 좀 쓴다는 느낌이 바로 전달된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컴포트, 인디비주얼,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구성됐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이 전달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좀 더 강하게 밀어준다. 코너링 구간도 날카롭게 파고 든 뒤 재빠르게 빠져나간다. 거칠게 몰아도 시트가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HUD는 화질이나 크기 모두 수준급이다. 내비게이션 정확도는 예전보다 향상됐지만 여전히 아쉽다.
벤츠 C200 4매틱 아방가르드는 벤츠 C300 AMG와 성향이 다르다. 스티어링휠부터 차이난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얇다. 편안한 운전 성향을 손으로 전달한다.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32.6kg.m, 연비는 11.3km/ℓ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컴포트, 인디비주얼, 스포츠로 구성됐다. 스포츠 플러스가 없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편안하고 안락하다. 노면소음과 풍절음도 적어 정숙하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좀 더 무거워지면서 반응이 좀 더 빨라진다. 날카롭게 파고들거나 치고 나가는 성능은 벤츠 C300 AMG보다 한 수 아래다.
대신 4륜구동을 장착해 코너를 돌 때 안정감이 넘친다. 고속 안정성도 좋다. 과속방지턱이나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승차감이 우수하다. 벤츠 E클래스에 버금가는 편안함과 승차감을 갖췄다.
아쉬운 점도 있다. 벤츠 C300 AMG와 달리 HUD가 없어 목적지나 기능을 확인할 때 오른쪽 아래로 시선을 종종 돌려야 한다. 디스플레이가 송풍구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 빠르게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수입차 중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완만한 곡선구간에서도 차선을 일부 밟기도 한다.
벤츠 C클래스는 크기, 성능, 편의·안전사양 모두 차급 한계를 뛰어넘었다. 다만 가격도 역시 차급 한계를 뛰어넘었다. 가격(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부가세 포함)은 벤츠 C200 4매틱 아방가르드가 6150만원, 벤츠 C300 AMG 라인이 6800만원이다.
경쟁차종인 BMW 320은 5390만원, BMW 320d x드라이브는 5970만원이다. 아우디 A4의 경우 35 TDI는 5131만원, 45 TFSI 콰트로는 6093만원이다.
또 6700만원부터 시작하는 벤츠 E클래스에 버금가는 가격대다. 디자인, 성능, 안전·편의사양 모두 주제파악을 못한 벤츠 C클래스답다.
건방진 벤츠 C클래스가 믿는 구석이 있다. 신인류 '욜로(YOLO)족'의 등장이다. 기존 인류는 자동차를 살 때 타협점을 찾았다. 구입 예산, 유지비, 사용 목적을 감안해 2% 부족한 제품을 살 때가 많았다.
"이 정도면 됐다. 만족해"가 아닌 "에이, 이 정도면 됐겠지 뭐!"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욜로족은 달랐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라는 뜻이다. 욜로족은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한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취미생활, 자기 개발 등에 돈을 아낌없
욜로는 기존 제품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제품에 지갑을 연다. 자동차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그 돈이면 차라리 더 큰 차를 산다"는 조언(?)에도 굴하지 않는다. 건방 떨며 주제파악 못하는 차에 이끌린다.
신형 벤츠 C클래스는 살펴보고 만져보고 타보면 건방진 매력에 빠져든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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