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메뉴인데 단건배달이 2000원 더 비싸…이유는?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단건배달 수수료와 관련해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모두 불만인 가운데 일부 매장에서 배달 형태에 따라 음식값도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비에는 소비자 부담뿐 아니라 업주들이 부담하는 비용도 포함되는데 중개수수료와 배달 수수료로 인한 손실을 메우고자 일부 자영업자가 소비자가격을 대신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매경닷컴 취재 결과 서울 강남과 송파, 경기도 성남과 하남 소재 매장 14곳에서 점주들이 배달 형태에 따라 같은 메뉴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사례가 확인됐다.
프랜차이즈 치킨 A매장의 경우 대표메뉴를 일반주문으로 구매할 시 가격은 1만8000원이나, 단건배달로 주문하면 2만원에 구매해야 한다. 구성된 상품은 모두 동일하며 일반주문 시 배달 수수료가 3000원, 단건배달 시 배달 수수료가 3500원이다.
증식당 B매장은 탕수육을 일반주문으로 구매하면 가격이 2만4000원, 단건배달로 주문하면 2만700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장 관계자는 "탕수육의 중량에는 차이가 없으나, 매장 입장에서는 일반주문보다 단건배달의 수익성이 떨어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배달비 차등 적용과 별개로 음식값에도 차이가 있는 건 점주들이 단건배달 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 등을 고려해 소비자가 부담할 몫을 늘렸기 때문이다.
배달주문 시 발생하는 배달비에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팁'과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료'가 모두 포함된다. 소비자만 비용을 부담하는 게 아니라 음식점 업주도 플랫폼(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중개수수료와 배달 수수료를 내는 구조다.
앞서 국내 주요 배달앱은 올해 초부터 단건배달 관련 할인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지난 2월부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지난달부터 수익성 개선에 착수했다.
예컨대 2만원 상당 음식을 단건배달로 주문하는 경우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는 1000원에서 1960원(9.8%)으로, 배달비는 5000원에서 5400원으로 올랐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1의 경우 중개수수료가 1000원에서 1360원(6.8%)으로, 배달비가 5000원에서 650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요기요(익스프레스)는 아직 구체적인 개편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단건배달) 수수료와 배달비가 많이 나오니까 이걸 메뉴 가격에 반영해서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도) 바로 옆 가게와 경쟁하는 구조이다 보니 (일반주문과 단건배달의) 가격 차이가 크면 소비자들이 다 안다"며 대체로 금액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와 관련, 비용 부담을 독박 쓰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평소 배달주문을 자주 한다는 한 30대 소비자는 "빠르게 받으려고 단건배달을 간혹 주문하는데 배달비가 비싼 것도 모자라 음식값까지 더 비싸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업계 구조가 이러하니 결국 소비자들에게서 다 받아내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40대 소비자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그럼 또 포장해간다고 할인해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 아쉬운 소리만 하는데 실제로 비용은 모두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