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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스토어 광교의 리필 매장 모습. [이하린 기자] |
아모레스토어 광교가 샴푸와 보디워시 등 일부 제품의 내용물을 소분해 담아갈 수 있는 '리필 매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품 대비 50~52% 싸게 구매하는 동시에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접근성이 낮고 사용 가능한 리필 용기가 제한돼 있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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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스토어 광교의 리필 매장에는 샴푸 6종, 보디워시 6종이 준비돼 있다. [이하린 기자] |
지난 3일 일요일 오후 2시경 들러본 아모레스토어 광교는 주말인 만큼 이용객으로 북적였다. 봄맞이 데이트를 하러 온 커플부터 유아차를 끌고 온 가족 방문객까지 성별도 연령대도 다양했다.
매장 입구에서 바로 왼쪽으로 가니 리필 매장이 보였다. 수제맥주 기기를 연상케 하는 화장품 추출 기기와 '친환경'이라는 문구 덕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리필 매장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첫 방문이라면 먼저 용기를 구매해야 한다. '리스테이 용기(6000원)', '리사이클 용기(500원)', '리필팩(100원)' 등 세 종류다.
현장 직원은 "리스테이 용기는 플라스틱 함유량을 30% 줄인 친환경 디스펜서이며 리사이클 용기는 폐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필팩은 간편히 이용할 수 있는 리필파우치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가성비와 환경을 모두 고려해 리사이클(재활용) 용기를 택했다. 고를 수 있는 샴푸와 보디워시는 각각 6종. 미쟝센 화이트머스크 퍼품 샴푸를 선택해 NFC 태그 팔찌를 이용, 레버를 눌렀다. 얼마나 담기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32ml를 담으니 520원이 나왔다. 용기 가격 500원까지 더하면 총 1020원에 여행용 샴푸 하나가 생긴 셈이다.
리필 매장 이용객이 가장 크게 가치를 두는 건 '친환경'이다. 현장에 상주하는 조제관리사는 "친환경 가치소비를 몸소 실천하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에 관심을 두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자 하는 젊은 층의 방문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본품 대비 반값 수준인 가격대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이날 매장에 들른 소비자 A씨는 "할인율을 보니 혹하게 된다"며 "저렴한 데다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니 이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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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필 매장 기기에 샴푸 제품 이름과 설명, 할인율이 적혀있는 모습. [이하린 기자] |
그러나 리필 매장 대중화를 위해서는 아직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접근성이다. 이날 서울 강남에서 아모레스토어 광교까지 가는 데 대중교통으로 왕복 세 시간 가량이 걸렸다. 환경 보호가 중요하다지만 샴푸를 구매하자고 광교를 다시 찾게 되지는 않을 듯했다. 실제로 광교 리필 매장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0명 내외이며 재방문율은 약 10%로 낮은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광교 주민만 방문하는 게 아니라 서울 등 각지에서 일회성으로 찾는 소비자가 많아 재방문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광교의 젊은 세대를 겨냥, 이곳에 개점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광교 스토어 외 이마트 자양점·일광점에서 리필 매장을 운영 중이며 향후 수도권 등에 추가로 오픈할지는 아직 구체화된 게 없다.
또 한 가지 걸림돌은 제한된 리필 용기다. 개인이 가져온 용기는 사용이 불가능하며, 매장에서 판매하는 용기만 즉석에서 살균 제공한다. 개별 용기와 내용물이 섞였을 때 특정 화학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안전성을 위한 조치이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리필 용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찾아온다. 집에서 사용하던 샴푸통을 챙겨오는 식이다. 이날 매장에 들른 C씨는 "용기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지 몰랐다"면서 "6000원짜리가 가장 예쁜데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점으로 꼽히는 가격 측면에서도 일부 소비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샴푸와 보디워시의 경우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데다, 온라인 등에서 수시로 할인 판매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평소 정가보다 저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친환경 매장, 친환경 요소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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