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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유럽차가 주도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010년대까지 덩치 큰 미국 SUV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이왕이면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미국 대형차의 덩치는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게다가 미국 SUV는 유럽·일본 SUV에 비해 크고 공간은 넓지만 투박하고 자상하지 못하다고 여겨졌다. '기름먹는 하마'라는 혹평도 나왔다. 주차공간이 미국보다 좁은 한국에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SUV 원조' 미국차 브랜드들도 대형 SUV를 국내 소개하는 데 주저했다. 대신 중형 SUV를 대형 SUV로 국내 출시했다. 미국에선 중형이지만 국내에서는 대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SUV가 대세가 되면서 미국차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장점인 '큰 차'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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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포드가 선수를 쳤다. 익스플로러로 대형 SUV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풀사이즈 7·8인승 대형 SUV인 익스페디션(Ford Expedition)을 가져왔다. SUV 다각화와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올들어서는 중형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 국내에선 대형 SUV 대접받는 쉐보레 트래버스를 선보인 한국지엠도 초대형 플래그십 SUV '쉐보레 타호'를 가져왔다. 미국 대물(大物)들이 SUV 틈새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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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미국 대물 자동차 문화의 뿌리는 19세기 금을 찾아 광활한 서부를 개척했던 미국인들의 프런티어 정신, 카우보이 문화에 있다.
거친 황무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됐던 강한 남성상과 큰 덩치를 숭상하는 분위기, 청교도가 가져온 가족 중심 문화, 넓은 땅과 싼 기름값, 안전을 위한 욕구 등이 맞물려 대물 선호 문화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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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쉐보레는 타호 출시를 통해 국내 최초로 소형부터 초대형을 아우르는 SUV 라인업을 구축했다.
타호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가성비 에스컬레이드'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초대형 SUV로 출시되는 타호는 크기부터 남다르다. 전장x전폭x전고는 5350x2060x1925mm다. 기존 모델보다 전장은 125mm 길어졌다.
현대차 팰리세이드(4980x1975x1750mm)는 물론 카니발(5155x1995x1775mm)보다 크다. 경쟁차종인 포드 익스페디션(5335x2075x1945mm)과는 크기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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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외모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압감이 넘친다. 탱크를 보는 듯하다. 선 굵게 처리된 전면부는 심플하다.
높게 자리잡은 파워돔 스타일 보닛, 수직으로 떨어지는 범퍼 라인은 강인한 이미지다. 거대한 그릴은 날렵한 헤드램프와 하나로 연결됐다.
그릴 중앙에는 블랙 보타이 엠블럼이 중심을 잡아준다. 디귿자(ㄷ) 형태 주간주행등과 연결된 범퍼 좌우의 일자형 공기흡입구는 폭포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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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후면에서는 크롬 바에 새겨진 블랙 보타이 엠블럼, 리어 스포일러, 세로형 리어램프로 '네모' 매력을 강조했다. 여기에 좌우에 2개씩 자리잡은 머플러 팁이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의 존재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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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12인치 LCD 클러스터와 팝업 형태 10.2인치 컬러 터치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공조장치 버튼과 다이얼은 덩치에 맞게 큰 편이다. 조작 편의성을 강조한 미국 SUV의 특징이다.
무선으로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 1열에는 열선·통풍 시트, 2열에는 열선 시트를 기본 적용했다.
도어 마감은 아쉽다. 깔끔한 맛이 부족하다. 비상등 작동 버튼 위치도 단점이다. 평균 체형 성인 남녀가 비상등을 작동하려면 오른손을 쭉 뻗어야 한다. 급박한 순간에 바로 쓰기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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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기본 적재공간은 722ℓ, 2열까지 접을 경우 최대용량은 3480ℓ에 달한다. 성인 남성 7명이 짐을 트렁크에 실은 채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레그룸은 2열이 1067mm다. 3열은 기존모델보다 41% 넓어진 886mm다. 3열에 성인이 앉기에 불편한 기존 대형 SUV와 달리 성인 3명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다. 2열과 3열을 접으면 성인 3명이 누울 수 있는 차박 공간이 나온다.
2열에는 파워 릴리즈 기능, 3열에는 파워 폴딩 기능을 탑재했다. 3열은 운전석 위 루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접히고 펴진다.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로 짐을 편하게 싣고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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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콘솔내부, 2열, 3열 등에 총 8개의 USB 포트도 갖췄다. 탑승자들이 개별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안전성에도 공들였다. 앞좌석 센터 에어백을 포함해 총 7개의 에어백을 탑재했다. 전방 충돌 사고를 21% 가량 감소시키는 전방보행자 감지 및 제동시스템도 탑재했다.
이밖에 후측방 경고 시스템,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운전석 시트 햅틱 경고 시스템을 채택했다.
4대의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360도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는 큰 차를 운전할 때 느끼는 두려움을 덜어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 기반의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트라이존 오토 에어컨, 10개의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듀얼 커넥션 블루투스, 2개의 220V 파워 아울렛 등 편의 사양도 다양하게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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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타호 [사진출처=한국지엠] |
차문을 열면 차체 밑에 숨어있던 사이드 스텝이 자동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스티어링휠은 덩치에 비해 가볍게 느껴진다. 운전에 대한 두려움도 가벼워진다.
센터페시아에는 버튼식 기어 시프트가 장착됐다. 기어 스틱을 움직일 필요없이 손가락만으로 5m 넘는 덩치를 조종할 수 있다.시야는 탁 트였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서다. 왕좌에 앉아 밑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15인치 대형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 지원한다.
중저속에서는 덩치에 어울리게 묵직하게 움직인다. 변속도 부드러운 편이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잔 진동을 잘 잡아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5m가 넘는 덩치가 용쓰지 않고 속도를 올린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덩치에 어울리는 중저음을 내뱉으며 민첩하지는 않지만 넘치는 힘으로 질주한다.
고속 주행 때 지상고를 20mm 낮춰주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공기저항을 줄여주고 연비효율성도 높여준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을 스캔하면서 대형 SUV의 단점인 진동과 롤링을 줄여준다.
승차감은 세단 수준은 아니지만 투박한 미국차에 대한 편견을 없애줄 정도로 준수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성능은 무난하다. 차간 거리, 앞차를 따라가는 속도 반응은 괜찮다. 다만, 곡선도로에서 차선 유지 성능은 다소 아쉽다.
온로드 주행을 마친 뒤에는 오프로드로 이동했다. 경사도가 20도 정도인 스키 슬로프 주변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로 구성됐다.
다이얼을 돌리고 버튼을 눌러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차고가 25~50mm 높아진다. 4륜구동은 다이얼과 기어변속을 통해 오토, 하이(H), 로우(L)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웬만한 오프로드는 '오토'로도 충분하다.
높은 시트포지션은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덩치가 크고 차체가 높아 발생하는 사각지대는 360도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다.
언덕을 내려올 때는 운전석 왼쪽에 있는 힐디센트 컨트롤 버튼을 작동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체가 내리꽂지 않고 저속으로 내려온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속도 조절 버튼을 누르면 페달을 밟을 필요없이 시속 1km씩 올리고 내리며 하강 속도를 맞출 수 있다. 간단한 조작법만 알면 초보 운전자도 오프로드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무게가 3.4톤에 달하는 캠핑 트레일러를 끌어보는 견인력 테스트도 진행됐다. 히치 뷰 카메라를 작동하면 견인장치와 트레일러 상황을 파악하며 좀 더 쉽게 결합할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는 차체에 쏟아지는 캠핑 트레일러의 압박을 잘 견뎌낸다. 오르막길에서 멈춰도 뒤로 밀리지 않는다. 멈춘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다시 무거운 트레일러를 무리없이 끌고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타호는 세계 각국에서 VIP 경호차로 인기다. 국내에서는 경호차보다는 패밀리카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점은 역시 주차공간이다. 주차난이 심각한
대신 캠핑·차박·나들이용으로 사용한다면 패밀리카 대표주자인 기아 카니발보다 더 다재다능하다. 덩치 크고 공간 넉넉하고 힘 좋고 속은 편안한 '패밀리카 끝판왕'이자 '가족용 슈퍼카'다. 아빠는 슈퍼맨, 가족은 VIP가 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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