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우크라 판매 폴더블폰 시리즈서 'Z' 삭제

↑ 삼성닷컴 우크라이나 홈페이지에서 갤럭시Z플립3에서 Z가 빠져있다. [사진 출처 = 삼성닷컴 우크라이나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우크라이나에서 판매되는 갤럭시Z 시리즈에 'Z'를 삭제한 것이 확인됐다. 반(反) 러시아 성향이 강한 발트 3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도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우크라이나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갤럭시Z 시리즈에서 'Z'를 뺐다. 기존 명칭 '갤럭시Z폴드3·플립3'를 '갤럭시폴드3·플립3'로 변경한 것이다. 갤럭시Z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라인업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발트 3국 삼성닷컴 홈페이지에도 Z 표시를 삭제했다. 발트 3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이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인접해 있는 국가다.

↑ 삼성닷컴 우크라이나 홈페이지에서 갤럭시Z폴드3에서 Z가 빠져있다. [사진 출처 = 삼성닷컴 우크라이나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이들 국가 홈페이지에서 Z를 삭제한 이유는 Z가 러시아 전쟁을 상징하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Z 표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에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Z 표시가 처음 주목받았던 것은 침공이 시작될 무렵으로 러시아 탱크와 자주포 등에 페인트로 그려진 Z 표시가 포착됐다.
B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Z 표시는 '승리를 위해'(Za pobedy)를 뜻한다는 해석과 러시아의 '서쪽'(Zapad)인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진격 방향을 나타낸다는 추정이 나온 상태다.
Z 표시는 현재 러시아 거리 전광판이나 버스 정류장, 자동차 등에 그려져 있으며 Z가 그려진 티셔츠도 판매 중이다. 심지어 학교가 아이들을 동원해 Z 표시를 만들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지난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체조 월드컵에서 러시아 한 체조 선수가 자신의 유니폼에 Z 표시를 붙이고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대에 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재 독일은 Z를 표기한 정치적 의사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에게 러시아는 세계 여섯 번째로 큰 스마트폰 시장이자 유럽 최대 수요처로 삼성전자에겐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34% 정도로 2007년부터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브랜드 시장조사업체 OMI가 발표한 '소비자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10년간 전 세계 1위를 지키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현재 러시아 삼성닷컴 홈페이지에는 폴더블폰 시리즈에 Z 표시를 삭제하지 않고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다.

↑ 삼성전자 러시아 홈페이지. 기존대로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삼성닷컴 러시아 홈페이지]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