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통상 조직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통상 업무를 어느 부처에 둬야 하느냐는 점이다. 포문은 외교부가 열었다. 통상 업무가 배제돼 경제외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옛 '외교통상부'의 부활을 요구했다. 그러자 산업부는 경제안보는 곧 공급망(GVC) 정책이기 때문에 산업 이해도가 높은 부처에서 통상 업무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신경전은 최근 장외전으로 번졌다. 각 부처에서 진행하는 포럼에서는 교수들과 유관기관 연구원들이 참석해 각자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각 부처 출신 인사들도 통상 조직 사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서고 있다. 급기야 양측은 장외 발언을 놓고서도 "팩트가 틀리다"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 팩트 논쟁은 △통상의 역사 △이해관계 문제 △업무 제한성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뜨거운 논쟁은 통상의 역사다. 산업부와 외교부 중 어느 부처가 더 오래 통상 업무를 맡아왔느냐는 부분이다. 역사가 깊을수록 통상 조직 사수에 대한 정통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민감한 주제다. 이 역사 논쟁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29일 매일경제 기고에서 "정부 수립 후 75년간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한 기간은 15년 뿐"이라고 언급한 게 발단이 됐다. 기고 게재 후 외교부는 백브리핑(익명 전제 브리핑)을 열고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하지 않은 기간은 단 9년 뿐"이라고 주장했다.
통상의 역사를 보면, 1948년부터 1994년 12월까지는 상공부·외무부·경제기획원 등 3개 부처에 업무가 분산돼 있었다. 그러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12월~1998년 2월까지 통상산업부로 일원화 됐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인 1998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외교통상부로 넘어갔다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 전 장관이 말한 15년은 외교통상부 시절만을 계산한 것이다. 반면 외교부가 주장한 9년은 박근혜·문재인 정부만 따진 것이다. 하지만 1994년 12월 이전 시기를 포함한다 해도 김영삼 정부까지 계산하면 9년이 아니라 14년이 돼야 한다. 이렇게 보면 양측이 큰 차이가 없다.
이해관계 문제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외교부는 "산업부가 산업계 편을 과하게 들어 국익보다 기업을 우선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산업부는 "외교부가 정치적인 논리를 앞세워 기업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고 맞받아 치고 있다. 즉, 통상 업무를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안보와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은 현재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장관급 회의인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에서 조율될 수 있다. 현행 체제가 유지된다 해도 특정 집단에 이익이나 손해가 되는 결정을 내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업무 제한성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외교부는 "통상과 외교는 분리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통상 업무 없이는 경제안보나 경제외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부는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을 앞두고 있고, 그 핵심 의제가 공급망 재편이기 때문에 산업과 통상 간 긴밀한 공조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부처별 상황을 고려하면 양쪽 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다만, 경제안보와 관련해 개별 정부부처를 아우르는 상위 조직(컨트롤타워)을 청와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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