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美셰일가스에 무리한 대출로 2200억 날려"

↑ 한국수출입은행 [사진 = 연합뉴스]

한국수출입은행이 미국 셰일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이 제공한 유전·가스전 담보에 대한 부실한 가치 산정으로 약 2600억원의 대출 실시 후 약 2200억원을 상환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9일 공개한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5∼2016년 셰일가스 프로젝트 참여 기업 에이티넘에너지에 대출한 2억1700만달러(약 2600억원)중 원금 1억8000만달러(2200억원)를 회수하지 못한 채 2020년 12월 이를 최종 상각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대출 신청을 받은 시점에 이미 유가와 가스 가격 하락으로 추가 시추작업이 연기 또는 중단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부실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출을 했다가 대규모의 손실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
감사 결과 수출입은행은 2015년 6월 에이티넘에너지로부터 유전·가스전 개발사업을 위한 2억2500만달러의 대출을 신청받고 신청금액 그대로 대출한도를 승인하고 2016년 2월까지 2억1700만달러를 대출해줬다. 당시 수출입은행의 업무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의뢰로 유·가스전의 매장량에 기초한 순현재가치(NPV)를 3억1300만달러로 산정한 기술분석보고서를 확인하고도 이 수치 대신 에이티넘에너지의 의뢰를 받은 업체가 산정한 4억9100만달러를 NPV로 기재해 대출을 심의하는 확대여신위원회 안건에 올렸다. 당초 산정된 NPV 3억1300만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담보가치 대비 대출 비율은 미국 현지 은행 사례 등을 고려한 적정비율(40∼60%)을 훌쩍 넘는 71.8%에 이른다. 아울러 에이티넘에너지의 공동사업자인 A사가 연간보고서 등에 "유·가스 가격의 하락으로 (해당 유·가스전의) 추가 시추작업이 연기될 예정", "시추작업을 2015년 2분기부터 중단했다" 등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은의 담당자들은 이들 문건을 입수해 사실을 인지했지만 확대여신위 안건에는 시추 연기·중단 예정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오히려 "해당 유·가스전은 유가 하락기에도 지속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감사원은 당시 대출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보고 내용이 제대로 처리됐더라면 최소 3400만달러, 최대 9500만달러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 후, 대출한도를 합리적 근거 없이 과다 산정한 관련자 2명에게 징계처분(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이들의 업무처리는 중징계사유에 해당되지만 적극행정면책자문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일부 책임이 감경됐다. 한편 감사원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2018년도 경영실적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과거 5개년 실적과 2018년 실적의 산정 방법을 달리해 성과를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서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