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인수에 나섰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기한 내 인수대금을 내지 못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일단 두 회사의 규모가 달랐다. 전기버스 생산업체인 에디슨모터스의 연 매출은 1000억원이 안 된다. 쌍용차는 3조원 안팎이다. 직원과 협력업체 등 다른 기준도 차이가 많이 난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고 하다가 탈이 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에디슨모터스는 약 300억원의 계약금만 냈을 뿐 2700억원의 인수잔금을 구하지 못했다. 쌍용차 부채와 운용자금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인수자금의 몇 배가 더 필요하다. 이 자금조차 마련하지 못한 기업이 쌍용차를 경영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쌍용차 채권단과 협력사,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도 인수자로서 에디슨모터스를 부정적으로 봤다. 물론 인수전에 뛰어들며 에디슨모터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했다. 인수 후엔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운용 자금을 조달한다고 했다. 일종의 차입매수(LBO) 방식에 가까운데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뜻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쌍용차는 원점에서 다시 매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법률상 허용되는 오는 10월 15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매각을 시작했던 1년 전에 비해 매각 여건은 개선됐다. 신차 개발이 완료됐고 글로벌 전기차 기업인 BYD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다. 아직 출고되지 않은 물량도 약 1만3000대에 달한다. 예전에 비해 기업 가치가 많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전히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채권자 입장에서 청산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청산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특히 새로 출범하는 정부 입장에서 쌍용차를 경제적 측면으로만 볼 수 없다. 쌍용차가 파산하면 수많은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도 없다. 쌍용차의 회생 여부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반대 여론이 강하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매각 여건이 좋아졌다지만 부채 부담까지 포함해 사실상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할 국내 기업이 많지 않다. 쌍용차는 중국과 인도 기업에 인수된 적이 있다. 다시 외국 기업을 주인으로 맞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쌍용차 노사가 힘을 모아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이런 자구 노력을 전제로 정부도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전쟁 직후 자동차 제작소로 출발해 주인이 5번이나 바뀌는 등 고난의 역사를 써왔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산증인인 쌍용차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쌍용차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새 인수자를 구하지 못해 청산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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