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내에서는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아이폰 SE가 벌써 3번째 출시됐습니다. 아이폰 SE는 애플에서 출시하는 중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알려졌죠.
애플의 중저가형 스마트폰의 역사는 매우 유구합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온 2007년부터 6년간은 애플의 중저가형 스마트폰이란 게 없던 시기였습니다. 대신에 이전 모델의 가격을 조금 낮춰 판매했죠. 예를 들어, 아이폰 5를 출시하는 동시에 아이폰 4s의 가격을 10만~20만 원 정도 낮춰 판매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2013년, 아이폰 5s와 함께 출시된 아이폰 5c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지금까지 아이폰에 도입되지 않았던 핑크, 옐로, 그린 등 형형색색의 디자인으로 커다란 인상을 남겼죠. 프로세서는 아이폰 5s의 A7보다 한 단계 낮아진 A6을 들고 나왔습니다.
메탈 소재를 사용한 아이폰 5s와는 달리 플라스틱을 사용해 원가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 출시된 특유의 실리콘 케이스가 국내에서 '환 공포증을 유발하는 제품'이라며 놀림을 받았던 기억도 납니다.
↑ 아이폰 5c에 전용 케이스를 씌운 모습 |
아이폰 SE는 아이폰 5s의 각진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채, 색상을 하나 추가(로즈 골드)한 게 특징입니다. 프로세서는 2015년 출시된 아이폰 6s와 같은 A9을 탑재했습니다.
2018년에는 아이폰 XS, XS Max를 출시하면서 중저가형인 아이폰 XR이 같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능 차이가 없었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폰 XS, XS Max와 동일한 A12 프로세서가 탑재된 것이죠. 얼굴 인식(Face ID)도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1대신에 디스플레이에서 다운그레이드가 이뤄졌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X부터 기존에 사용하던 액정(LCD) 대신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방식의 화면을 사용했는데, 아이폰 XR은 그대로 LCD를 사용한 것이죠. 화면을 감싸는 베젤도 훨씬 넓게 만들어져, 기기가 전반적으로 크고 무거워졌습니다.
2020년 상반기 출시된 아이폰 SE 2세대는 사람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은 기기입니다. 2017년에 나온 아이폰 8의 디자인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이유입니다. 색상도 블랙, 화이트, 레드로 상당히 인색해졌습니다. 원래 있던 Face ID도 빠지고, 대신 지문인식(Touch ID)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대신에 가격이 상당히 만족스러워졌습니다. 가장 저렴한 64GB 모델 기준으로 55만 원. 최소 100만 원에서 시작하는 요즘 아이폰을 생각하면 거의 반값인 셈이죠.
↑ 아이폰 13 프로 맥스와 아이폰 SE를 나란히 놓은 모습 |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 13과 같은 A15 프로세서를 탑재했다지만, 디자인은 앞서 나온 아이폰 SE 2세대와 같습니다. 즉 2017년에 나온 아이폰 8의 디자인이 5년 째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죠.
물론 가격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가장 저렴한 64GB 모델이 59만 원으로, 아이폰 13 미니의 95만 원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입니다.
얼굴인식은 여전히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한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Face ID를 쓰기 불편해졌다는 의견이 생기며 Touch ID가 다시 주목받기도 했으나, 얼마 전 iOS 15.4 업데이트로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Face ID 사용이 가능해지며 빛이 바랬습니다.
↑ 아이폰 SE 지문인식을 사용하는 모습 |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업무용으로 저렴한 휴대폰을 하나 더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아이폰 13 프로 맥스와 아이폰 SE를 나란히 놓은 모습.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에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
통신업계 한 인사는 저에게 아이폰 SE에 대해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을 원하는 일부 매니아층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귀띔하더군요. 만약 이에 해당하는 분이라면 구매를 고려해볼 만도 하겠습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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