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 슈퍼카' 역할을 담당하는 AMG GT [사진출처=벤츠] |
메르세데스-AMG GT를 지난 24일 AMG 스피드웨이(경기도 용인)에서 10여분 남짓 타본 뒤 후회가 밀려왔다. 차가 나빠서가 아니다. 노래 제목처럼 '가질 수 없는 너'이기 때문이다.
"한번 타보는 게 어디냐"는 시샘도 소용없다. 초라한 주머니 사정에 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영끌 구매' 욕구를 억눌러야 한다.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는 한 살 수 없는 차가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을 때 간혹 느끼는 감정이다.
가질 수 없다면 삼각별에 AMG 조합은 '금상첨화' 아닌 '설상가상'이다. '벤츠 그 이상의 벤츠'는 부러움을 넘어 복통을 유발한다.
↑ AMG 라인업 [사진출처=벤츠] |
AMG는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고성능 퍼포먼스 시장을 주도하는 스포츠카 및 슈퍼카 브랜드 입장에선 껄끄러운 존재다. AMG는 BMW M(BMW M GmbH)과 함께 포람페에 맞설 수 있는 '슈퍼카 킬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두 브랜드 모두 성능과 디자인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막상막하 품질을 갖췄다. 다만 브랜드마다 지향점은 조금 다르다.
BMW M은 '상대적'으로 기계적 완성도를 높인 '레이싱 머신' 성향이 강하다. 가장 효율적인 기능을 위한 형태와 구조를 선택하는 '독일 기능주의'에 충실하다.
AMG는 '상대적'으로 품격에 좀 더 신경을 쓴다. 독일 기능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BMW M과 마찬가지이지만 좀 더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공들인다.
주름 하나 없이 깔끔한 명품 슈트를 입고, 살짝 드러난 손목에 멋진 아날로그 시계로 포인트를 준 것 같다.
↑ AMG GT [사진출처=벤츠] |
엔진은 AMG의 '1인 1엔진'(One Man-One Engine) 철학에 따라 아펠터바흐(Affalterbach)에 위치한 AMG 생산라인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된다.
기술자는 엔진 블록에 크랭크 샤프트를 탑재하는 것에서부터 캠샤프트로 엔진을 연결하고 엔진오일을 채우기까지의 모든 공정에 대한 책임을 진다. AMG 엔진에 자신의 서명이 새겨진 명판을 부착한다.
V8 3982cc 엔진과 AMG 스피드시프트 듀얼 클러치 7단 자동 변속기를 달았다. 최고출력 476마력, 최대토크 64.2kg.m의 힘을 발산한다. 제로백(0→100km/h 도달시간)은 4.0초, 복합연비는 8km/ℓ다. 국내 판매가격(부가가치세 포함,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은 1억8260만원이다.
↑ AMG GT [사진출처=벤츠] |
기다란 보닛과 짧은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을 갖춘 클래식 스포츠카 전통을 유지하면서 공기역학적으로 곡선을 강조한 차체는 매끄러우면서도 탄탄하다.
차량 전면부 그릴에는 기존 가로 바 대신 15개의 세로 바가 들어갔다. 그릴은 먹이를 공격하는 상어의 코처럼 돌출됐다.
범퍼 하단에는 기존보다 커진 공기흡입구가 양쪽에 자리잡았다. 다문 입 사이로 삐져나온 맹수의 송곳니를 떠올리게 한다. 전반적으로 더 공격적이고 강렬해졌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했지만 쏘아보는 맹수의 눈을 연상시키는 헤드램프에는 데이타임 러닝 램프가 들어갔다.
↑ AMG GT [사진출처=벤츠] |
실내에서는 D컷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휠이 고성능 존재감을 발산한다. 그립감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손에 달라붙는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원형 배기파이프를 닮은 4개의 송풍구가 자리잡았다.
↑ AMG GT [사진출처=벤츠] |
시트 착좌감은 편하면서 몸을 잡아주는 지지력이 견고하다. 스티어링휠도 손과 밀착된다. 드라이브 모드는 서킷 체험이라 스포츠 플러스(+)로 세팅됐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우우웅" 소리가 심장 소리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달리고 싶어 안달 났다. 떼쓰는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서킷에 진입했다.
서킷을 저속으로 달리며 차를 예열한 뒤 속도를 점차 높였다. 지그재그 구간에서는 손과 스티어링휠 및 차체의 움직임이 하나가 된다. 땅에 딱 달라붙어서 움직인다.
↑ AMG GT [사진출처=벤츠] |
간혹 "탕탕" 거리며 깔끔하게 터져나오는 팝콘 배기음도 희열을 선사한다. 브레이크 성능도 믿음직스럽다. 확실하고 빠르며 제동 거리도 짧다.
시트는 급커브, 급브레이크에서도 몸을 안정적이면서 견고하게 잡아준다. 하지만 몸을 편안히 감싸준다. 근육질이지만 우아한 외모처럼 '이율배반'이다.
짧은 서킷 체험 뒤 내릴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기 장소로 왔다. 쳐다보면 복통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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