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 협정(CPTPP)'에 가입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35%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동안 정부는 올 4월에 한국의 CPTPP 가입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제조업 수출·생산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농수산업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CPTPP 가입 신청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관련 법에 따라 CPTPP 가입 계획을 수립하기 전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CPTPP는 세계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일본, 호주 등 11개 국가가 2018년 출범시킨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해 중국과 대만 등이 잇달아 가입 신청한 상태여서 향후 CPTPP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출 시장 확보와 안정적 공급망 구축 등의 경제적 효과와 함께 역내 다자간 공조에 참여한다는 전략적 가치가 크다"며 CPTPP 가입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CPTPP 가입 효과로 실질 GDP가 0.33~0.35% 늘고 소비자 후생은 3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수혜가 기대된다. 산업연구원은 15년간 연평균 6억~9억달러(약 7321억~1조981억원) 규모의 순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또 1조1800억~1조8200억원 규모의 생산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 역내산 재료를 사용하면 해당 재료를 국내산으로 인정해주는 '원산지 누적 인정' 제도가 적용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회원국의 중간재 사용 시 원산지 충족이 용이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내 공급망 강화 효과도 있다는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농수산업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농업강국이 CPTPP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 분야 경제적 타당성 검토에서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남과 일본 등에서의 수입 증가로 수산업 분야도 15년간 연평균 69억~724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됐다.
이에 산업부는 농수산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CPTPP 가입 전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어민 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9개 농어민 단체로 구성된 'CPTPP 저지 한국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CPTPP는 그 어떤 FTA보다도 농수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어민 50~60명은 이날 공청회 진행 장소에 들어가 CPTPP 가입 철회 구호를 외치며 강력히 항의했다. 한 농민은 "국가가 이 많은 농민단체와 한
잇단 농어민 항의에 산업부는 공청회를 예정보다 1시간 정도 조기 종료했다. 전윤종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농수산업계의 우려를 감안해 보완 대책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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