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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11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포켓몬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날 이곳 마트에 준비된 포켓몬빵은 모두 180개로 1인당 3개씩으로 제한됐다. 고객 60명이 전원 3개씩 구매하면서 뒤늦게 줄을 선 고객 5명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포켓몬빵은 개점 10분 만에 완판됐다.
24일 SPC삼립에 따르면 지난달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이 30일 만인 23일 기준 700만개가 팔렸다. 포켓몬빵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길이 17㎝)'을 일렬로 나열 했을 때 길이는 1190㎞로 서울에서 도쿄 간 직선거리(1156㎞)보다 길다.
현재 포켓몬빵 인기는 가히 광풍이라고 할 만 하다. 포켓몬빵을 구하려는 수요는 초등학생부터 20·30세대까지 폭넓은 세대를 아우른다. 포켓몬빵을 구해달라는 자녀들의 성화에 부모들은 물량이 남아 있는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고난의 행군'에 나선다. 편의점 CU의 전용 애플리케이션 '포켓CU'에선 인기가 높은 상품들의 점포별 재고 물량을 안내하는 '핫이슈 상품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포켓몬빵이 재출시된 지난달 23일 이후 이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월 동기 대비 88.1% 뛰었다. 이 앱을 통해 포켓몬빵 재고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현상으로도 일컬어지는 포켓몬빵의 인기 요인은 크게 ▲MZ세대 향수 ▲띠부띠부씰(스티커) 수집 열기 ▲포켓몬 캐릭터 고유의 힘으로 풀이된다. SPC삼립의 대표 캐릭터빵인 포켓몬빵은 1998년 첫 출시됐다가 2006년 단종됐다. 이 빵을 먹으며 학창시절을 보낸 MZ세대가 직장인이 돼 구매력을 갖게 된 상황에서 어린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먹거리 중 하나였던 포켓몬빵이 재출시 되자 이 빵을 먹으며 동년배들과 추억을 공유하는 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직장인 이가현(31)씨는 "초등학교 시절 포켓몬스터 인형을 사모았고, 중학교 시절 포켓몬빵이 출시되면서 학교에선 쉬는 시간마다 이빵을 사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성인이 돼 다시 포켓몬빵을 보니 옛 추억이 살아나면서 친구들과 인스타그램에 빵 사진을 올리며 추억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치열한 경쟁 속 심리적 압박감으로 힘들어하는 MZ세대가 포켓몬빵에서 행복했던 옛 시절을 소환하고 있다"며 "조금 실수해도 용서받고 격려받을 수 있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켓몬빵을 사면 들어 있는 스티커인 띠부띠부씰의 인기도 이번 광풍의 요인이다. 띠부띠부실은 SPC삼립이 제조한 캐릭터빵에 같이 포장된 캐릭터 시리즈 스티커를 일컫는 말로, '띠고 부치고 띠고 부치는 씰'을 줄인 조어다. 1990년대 말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이 방송되면서 포켓몬 인기는 전국 초중고교를 강타했고, 띠부띠부씰을 모으기가 대유행이었다. 심지어 "스티커를 샀는데 빵을 공짜로 준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당시 10종류가 넘는 스티커를 모두 모으기 위해 학생들은 빵을 사고 또 샀다.
이번 재출시 이후에도 띠부띠부씰의 인기는 여전하다. 취향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포켓몬빵 출시 이후인 최근 2주간(2월28일~3월13일) 가장 활발하게 검색된 아이템 1·2위는 각각 '포켓몬빵 띠부씰' '포켓몬 띠부실'이었다. 3월 둘째 주(3월7일~13일) 번개장터에서 '포켓몬' 관련 키워드 검색량은 약 5만8000건으로, 출시가 이뤄진 2월 넷째 주와 비교해 2304%나 증가했다.
직장인 이상인(35)씨는 "학창시절 원하는 캐릭터 띠부씰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빵을 샀다"며 "지금도 친구들과 함께 목표한 띠부씰이 나올 때까지 포켓몬빵을 계속 사는 챌린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는 "띠부씰이 인간 내면의 수집·저장 욕구를 자극했다"며 "큰 부담 없는 가격으로도 수집욕구를 만족시켜주는 포켓몬빵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켓몬 캐릭터들 고유의 강력한 매력과 힘도 이번 열풍의 원인다. 1996년 닌텐도 게임에서 시작한 포켓몬은 이후 애니메이션화하며 글로벌 파워콘텐츠로
[오수현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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