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동네 편의점을 찾은 20대 A씨는 점주가 다른 손님에게 "오후 5시께 포켓몬빵이 들어온다. 빼둘테니 퇴근 후 (편의점에) 들러라"고 귀띔하는 것을 들었다.
계산대로 향한 A씨는 "포켓몬빵이 오후 5시에 들어오나 봐요?"하고 재차 물었지만 점주는 "대답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방금 오후 5시라고 하지 않았냐"는 A씨의 물음에 점주는 "단골 손님을 위한 거다. 하루에 많으면 2개 들어오는데 정확한 입고 시간을 말해줄 수 없다. 포켓몬빵은 진열하지 않고 따로 빼놓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와도 헛수고"라고 답했다.
A씨는 "동네에 편의점이 많기 때문에 자주 가는 편의점은 아니지만 손님을 차별하는 듯해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면서 "상품이 입고되면 진열해놓고 순서대로 사가는 게 맞지, 점주가 팔고 싶은 사람에게만 판다니 치사한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의 포켓몬빵이 최근 재출시돼 큰 인기를 끌면서 포켓몬빵을 구하고자 하는 소비자와 유통사간 눈치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소형 할인마트를 운영하는 B씨는 "아무리 포켓몬빵을 구하려 해도 하루 3개 이상 안 들어온다"며 "아이가 포켓몬빵을 하도 찾는다고 해서 단골 중 한명에게 빼줬더니 고맙다고 과일 두 박스를 더 사갔다. 당연히 마트를 자주 찾는 단골에게 주고 싶다"고 속사정을 전했다.
반면 포켓몬빵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로서는 이런 식의 판매 방식이 일종의 '인질극'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 유통사가 끼워팔기나 강매를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아무리 포켓몬빵이 요새 유행이라지만'이란 제목의 글을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아무리 요새 포켓몬빵이 유행이라지만 이건 너무 과하다"며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사진 속에는 "3월 17일부로 포켓몬빵을 판매하지 않는다. 단골고객 및 일반 상품 3만원 이상 구매 영수증 지참한 분에 한해 판매한다"면서 "기다려도 판매 안 해요"라는 편의점 점주의 글이 유리문에 부착돼 있다.
작성자는 "다른 물건 사러 갔다가 이걸 보고 기분이 상해 그냥 왔다"며 "편의점 본사가 이걸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끼워팔기 인증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세트 상품'이라며 1500원짜리 포켓몬빵을 뻥튀기과자 2개와 함께 6500원에 판매하거나, 페레로로쉐와 함께 포켓몬빵을 2만18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
포켓몬빵 품귀현상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상품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황당한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만원 이상 구매 영수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게시글 속 공지는 현재 내려간 상태다. 해당 편의점 본사 측은 상황을 인지 후 바로 조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포켓몬빵은 띠부띠부씰로 불리는 포켓몬 캐릭터 스티커가 2030세대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 전국적인 대란을 이끌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희귀한 포켓몬 캐릭터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 허니버터칩 대란처럼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SPC삼립 측은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지만, 빵에 함께 들어가는 띠부띠부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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