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단순 제품 홍보뿐 아니라 식품 전문 유튜버와 손잡고 직접 상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티몬은 17일 요리 유튜버 '고기남자'와 함께 기획한 양고기 모듬세트를 자체브랜드(PB) '위드티몬'에서 출시했다고 밝혔다. 티몬은 앞서 '정육왕', '공격수셰프' 등 유명 유튜버와도 협업한 바 있다.
티몬은 이 같은 기획이 모델 중심의 단기적인 홍보 활동보다 더 큰 효과를 창출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례로 '고기남자'의 경우 채널 구독자 수가 91만2000여명에 달한다. '고기남자'가 PB제품을 직접 만들거나 맛보는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하면 90만명이 넘는 잠정 소비자에게 자연스러운 마케팅이 이뤄지는 것이다.
유튜버들도 제품 제작·홍보 계약에 따른 수익 확보와 안정적인 판로 개척이 가능해 기업들과의 협업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영상을 접하는 구독자로서도 고전적인 광고보다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 광고인 걸 알더라도 평소 육류에 관심이 많아 해당 채널을 구독하는 만큼 제품에 대한 신뢰와 재미를 느끼기가 쉽다.
한 유통업계 마케팅 분야 관계자는 "외모만 뛰어날 뿐 제품과는 큰 관련이 없는 연예인을 고집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소비자가 쉽게 현혹되지 않는 시대"라며 "육류에 관심이 많은 90만명에게 양고기 모듬세트 광고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건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티몬은 지난해 12월 '정육왕'과 한우등심 상품을 출시해 누적 기준 3억7000만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지난달 '공격수셰프'와 공동 기획해 내놓은 스테이크 역시 누적 매출이 3억원에 육박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유튜버와의 협업이 유독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 주체인 MZ세대가 소비활동에서 심리적 만족감, 재미 등을 추구하는 만큼 고전적인 마케팅 방식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편의점 중에서는 CU가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CU는 와인 전문 유튜버 '와인킹'과 손잡고 지난해 8월부터 '와인킹의 와인세트'를 연달아 출시했다. '와인킹'은 30만명 이상이 구독 중인 주류 전문 채널의 소유자다.
편의점 자체 MD가 추천하는 상품뿐만 아니라 유명 유튜버가 직접 맛본 와인을 종류별로 소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로서는 품종이나 빈티지, 와이너리(양조장) 등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는 와인을 자신이 평소 구독하는 유튜버의 추천에 따라 구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유튜버와 협업한 제품들의 매출이 상당한 만큼 당분간은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흔한남매'와 손잡고 작년 4월 출시한 '올반X흔한남매 찰핫도그'가 최근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넘어섰다. 또 프레시지는 지난해 8월 '박막례 할머니'와 협업해 선보인 '박막례 국물떡볶이' 밀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버를 내세우는 건 MZ세대는 물론, 10대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면서도 "다만 유튜버의 개인 일탈이나 인기 등에 따라 제품의 손익이 좌우될 수도 있어 꺼리는 기업도 일부 있다"고 귀띔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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