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동안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사망 건수 중 80%가량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4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영세사업장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영악화 등으로 인해 안전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법이 적용될 경우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산재 사망사고 세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로 사망한 재해자는 828명으로 이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670명(80.9%)이 사망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49인 352명(42.5%), 5인 미만 318명(38.4%), 50∼299인 110명(13.3%), 300인 이상 48명(5.8%)이다.
사망사고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집중 발생하는 현상은 지난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전체 81%(71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2019년에도 77%(660건)가 발생했다.
이들 사업장에 대해선 중대재해법 적용이 2년 유예됐지만 법 시행 때까지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 사고 발생률이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경영 상황이 한층 악화된 점을 이유로 꼽았다. 안전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대출 갚기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한 금속 제조업체 대표는 "지난 2년간 영업이익률이 2%대로 주저 앉는 등 대기업과 영세기업 사이 양극화가 극심해졌다"며 "100원어치 팔아서 2원 남기는 상황인데 안전 투자 확대는 꿈도 못꾸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2020년 1월~2022년 1월) 173조4729억원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직전 3년 평균치인 42조1000억 원과 비교할 때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안전 전문가 영입이 쉽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산업안전 감독관 출신 등 대다수 안전 전문가들은 이미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채용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기업 컨설팅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다. 고용부는 올해 건설·제조·서비스업 사업장 3500곳을 대상으로 중대재해 컨설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컨설팅 대상이 50인 이상 사업장에 집중돼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는 사실상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경우 대기업은 살아남고 소규모 사업장들만 폐업하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컨설팅 등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며 "코로나19 충격 등을 고려해 법 적용 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인
한편 고용부가 이날 발표한 산재사망 사고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이 급증하면서 이 업종 종사자의 산재 사망은 2017년 2명, 2018년 7명, 2019년 7명에서 2020년 17명, 작년 18명으로 크게 늘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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