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기업유치 왜 안 되는지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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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국제도시 전경 |
시기는 비슷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지금은 ‘판교테크노밸리’라 불리는 단지가 개발되기 시작한 때가 2005년이었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갯벌에 지금은 ‘송도국제도시’라 불리는 단지가 개발되기 시작한 때는 2003년 즈음이었습니다.
경기도나 성남시나 판교테크노밸리를 개발하면서 별도의 투자유치 기관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인천은 달랐습니다. 2003년 10월, 직원 300여 명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라는 기관을 신설했습니다. 주된 설치 목적은 투자유치였습니다. ‘동북아비즈니스 허브’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외국기업 수백, 수천 곳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따라하겠다는 선행 모델은 당시 세계적 주목을 받던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그리고 뉴욕 맨해튼이었습니다.
차이는 또 있습니다. 송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천경제자유구역입니다. 땅도 싸게 주고, 세금도 깎아줘서 기업들이 그야말로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게 하자고 정부와 인천시가 야심 차게 법도 만들고, 조직도 만든 특별한 구역입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아닙니다. 그저 판교신도시의 평범한 상업 지구입니다. 별도의 혜택도, 별도의 지원 제도도 없습니다.
2005년을 기준으로 하면 17년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판교테크노밸리에는 2020년 말 기준 1천697곳의 기업체가 들어와 있습니다. 7만 2천여 명이 이곳에서 일합니다. ‘판교테크노밸리’라는 운영기관이 때마다 갱신하는 홈페이지에 나오는 수치입니다. 전화해서 이 수치가 맞느냐고 물었더니 담당 직원이 맞다고 확인도 해줬습니다.
송도에는 역시 2020년 말 기준 440곳의 기업체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곳에서 몇 명이 일하는지는 아쉽게도 홈페이지에도 나오지 않고, 전화로 문의해도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아파트 짓는 것 말고 개발의 주된 목표였던 기업유치 실적을 비교하자면 판교가 송도의 대략 4배입니다. 그런데 잘 살펴봐야 합니다. 판교테크노밸리의 면적은 45만 4천964㎡, 송도가 5천336만㎡입니다. 송도가 11배쯤 더 넓습니다. 판교테크노밸리가 땅은 11분의 1인데, 유치된 기업이 4배 많다는 것은 판교테크노밸리와 송도의 면적이 같다고 가정할 때 판교테크노밸리의 기업 유치 실적이 44배 많은 셈임을 말합니다.
이런 다소 장황한 비교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관련 기사를 취재하던 중 송도의 핵심지역인 국제업무단지에 기업이 도대체 몇 곳이나 들어왔는지를 묻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답변이 황당했기 때문입니다. 담당 팀이 보내온 엑셀 파일에는 488곳이 ‘입주기업’이란 제목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홈페이지에 송도 전체 입주기업이 440곳인데, 어떻게 송도의 10분의 1 면적인 국제업무단지에만 488곳이 들어와 있을 수 있을까 의아했습니다.
속내를 보니 실소가 나왔습니다. 분명히 ‘입주기업’이라고 분류했는데, 그 목록에는 어린이집이 36곳, 편의점이 24곳, 초중고등학교가 10곳, 심지어 동사무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사무실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담당자에게 의아함을 전했더니 “산업부가 어떤 지역의 입주기업을 분류하는 기준이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판교는 어떤지 궁금해진 것입니다. 산업부의 기준이 그렇다는데 ‘이상하게도’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 440곳의 리스트 그 어디에도 어린이집, 편의점, 학교 이런 건 없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촬영을 위해 찾아간 송도 국제업무단지의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냈습니다. 8차로 대로를 가운데 두고 왼쪽의 주거지역은 이미 오래전에 입주가 끝난 반면, 대로 오른쪽 국내 최초 외국인 병원을 비롯해 수십, 수백 곳의 외국기업들이 들어왔어야 할 땅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축구장 수십 개는 들어갈 땅이 2005년 개발이 시작된 이래 근 20년 가까이 여태 진척이 없었습니다.
그 허허벌판의 입구에는 웬 텃밭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어차피 투자유치도 안 되는데 땅을 놀리느니 주민들 주말농장이라도 하라고 인천시가 농사를 허락한 것이더군요. 4차 산업을 한다던 송도에서 1차 산업을 하는 셈입니다.
20년 가까이 송도를 취재해왔습니다. 초기부터 기자가 관련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던져온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기업은 어떻게 유치하신다는 거죠?” 대체 왜 이렇게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지를 인천시 해당 공무원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답변은 두 가지였습니다. “아직 사업 초기라서”와 “수도권 규제 때문에”
판교와 비교해보면 적어도 이 두 가지 답변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송도보다 더 늦게 시작한 판교테크노밸리는 이미 몇 년 전 모든 필지의 입주가 완료됐습니다. 수도권 규제로 대기업이나 제조시설 입주가 불가능하기는 판교나 송도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판교는 경제자유구역도 아닙니다.
새 대통령이 뽑혔습
[노승환 기자 todif77@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