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생물 꿀벌…미국은 별도 연구위원회 가동
↑ 지난달 28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 양봉농가에서 농민이 빈 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올해 초 경남과 전남, 제주 지역 양봉농가에서 꿀벌이 실종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민간과 합동(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한국양봉협회)으로 지난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 99호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3일 발표된 합동 조사 결과, 꿀벌 실종의 원인은 지난해 발생한 꿀벌응애류(벌에 기생하는 해충)의 영향, 천적인 말벌류에 의한 폐사, 이상 기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남, 경남, 제주 지역의 피해가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꿀벌 실종 현상은 경북과 충북까지 북상하면서 전국적인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꿀벌 실종 사건이 2006년 처음으로 보고됐습니다. 벌떼 전체가 사라지는 것을 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라고 하는데 꿀벌응애, 전자기파 등이 유력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조사를 했지만, 유력한 가설만 있을 뿐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는 CCD 관련 미국 연방 정부의 대응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CCD 운영위원회를 설립해 꿀벌 건강에 대한 전국적인 회의를 주최하고, CCD 예방 관련 실행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USDA에서는 CCD 원인에 대해 4가지 가설(△새로운 병원균, △꿀벌 해충, △기후 등 환경 및 영양적 스트레스, △농약)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미국 농무부 산하 CCD 운영위원회에서 2007년 수립한 CCD 실행 계획 / 사진 = 미국 농림부 홈페이지 캡쳐 11 |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은 '살충제'입니다. 지난 2017년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니코틴계의 신경 자극성 물질) 계열 살충제가 꿀벌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내용의 논문이 한 편 실렸습니다. 이 살충제는 꿀벌의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불러일으켜, 방향감각을 잃게하고 결국 꿀벌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밖에서 죽는다는 겁니다. 이에 EU는 2018년 해당 살충제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이뤄진 우리나라의 민관 합동 조사에서도 꿀벌응애를 없애기 위해서 일부 피해 농가에서는 여러 살충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해 5월 20일 UN이 지정한 '세계 꿀벌의 날'을 맞이해 꿀벌 6만 마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얼굴을 비롯한 온 몸에 꿀벌이 있는 인상적인 모습이었는데, 생태계 균형과 생물의 다양성 보존에 꼭 필요한 꿀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캠페인 이었다고 합니다.
↑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벌떼에 뒤덮인 모습 / 사진 = 내셔널지오그래픽 인스타그램 캡처 |
UN 식량농업기구(FAO)는 100대 농산물 생산량에서 꿀벌 기여도는 71%에 달한다며, 당장 꿀벌이 없다면 100대 농산물의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곳저곳 날아다니며 식물과 과일의 수분을 돕는 꽃가루 매개 곤충 꿀벌은 지구에서 가장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도 꼽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미국의 CCD 운영위원회처럼 별도 조직을 구성하고 꿀벌 집단 실종 사태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안병욱 기자 obo@mbn.co.kr]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