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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 제공 = 삼성전자] |
8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남미에 기반을 둔 국제 해커조직 '랩서스(LAPSUS$)'는 지난 5일(현지시간)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삼성전자 서버를 해킹해 소스코드 등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이 해킹한 삼성전자 데이터를 폴더 3개로 압축해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토렌트'에 올렸다. 일반 대중들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파일을 모두 합치면 총 용량은 190GB에 달했다.
공개된 파일에는 갤럭시S22를 비롯해 이전에 출시된 스마트폰 소스코드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직원이 경쟁사인 애플의 무선이어폰 성능을 조사한 실험자료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생체인식 잠금해제 시스템 알고리즘과 보안플랫폼 '녹스' 등을 비롯한 시스템 부트로더(부팅 시 사용되는 코드), 퀄컴 등 삼성 주요 파트너사의 기밀 사항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일반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는 있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전날 사내공지를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 자료에는 갤럭시 구동에 필요한 일부 소스 코드가 포함돼 있으나 임직원과 고객의 개인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회사 비즈니스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정원도 조사에 나섰다. 전날 국정원은 이번 해킹에 대해 "해당 기업과 협조해 확인한 결과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기기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에서 퇴출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최근 불거진 GOS 논란 때문이다. 긱벤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성능측정(벤치마크) 사이트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지난 5일 긱벤치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GOS 강제 실행을) 성능측정 조작으로 판단했다"며 갤럭시S22, S21, S20, S10 삼성전자 스마트폰 4종을 평가 목록에서 제외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긱벤치 평가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 원플러스 등 중국 제조사 외에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GOS 불만이 확산하자 2차례에 걸쳐 해명 및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사안 모두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면서 GOS 구동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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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S22 시리즈.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번 사태는 갤럭시S 시리즈 역대 최고 사전판매량을 달성한 갤럭시S22의 흥행 돌풍에도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갤럭시 S22의 구매를 취소했다는 글이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취소분이 풀리면서 한 달 뒤였던 배송 예정일이 앞당겨졌다는 인증글도 여러 건이다.
GOS 논란에 해킹 사태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이달 16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선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지난 6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전자투표를 진행 중인데, 최근 일부 주주들은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부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자투표 기간 주주들은 재무제표 승인과 사외·사내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블라인드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경영진에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블라인드에서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제대로 된 회사라면 이렇게 잘못된 경영을 하는 경영진들이 잘려 나가고 교체돼야 한다"면서 "GOS 사태 때문에 화가 나셨다면 무능력한 경영진에게 통렬한 비토(거부권)를 날려달라"고 요청했다. 누리꾼들은 이글에 "투표에 참여했다" "진정한 삼성맨" "삼성 주주로써 비토 가겠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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