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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가 지름 46mm, 높이 80mm인 원통형 배터리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 셔터스톡] |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은 이달 7일 산업동향 보고서를 내고 "테슬라가 중대형의 4680배터리를 대량 양산하면 배터리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이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이라며 "이는 향후 전기차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4680배터리는 지름 46밀리미터(mm), 높이 80mm인 원통형 배터리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2020년 9월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처음 소개했다.
4680배터리의 부피는 테슬라가 모델3 등에 탑재해오던 21700배터리(지름 21mm, 높이 70mm) 부피의 5.5배로 중대형에 속하는데 그만큼 용량이 크고 성능이 좋다. 에너지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주행거리는 16~20% 높다는 게 테슬라 측의 설명이다.
크기를 키웠으니 성능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업계가 4680배터리를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원통형 배터리의 장점으로 꼽히는 높은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더욱 향상된 반면 공간 효율이 낮다는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각형과 파우치형 배터리는 전극 여러 개를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생산 속도를 높이기 어려운데 원통형 배터리는 둘둘 말아 넣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빨리 만들 수 있다.
배터리 크기를 키우면 에너지당 공정횟수가 감소해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생산비용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에 성능 좋은 배터리를 싼 값에 대량 납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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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가 2020년 9월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공개한 4680배터리의 단면. 기존 배터리처럼 전극들을 탭(가운데 원) 쪽으로 모으지 않는 '탭리스'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 출처 = 테슬라] |
원통형 배터리는 형태 특성상 셀을 묶어 팩으로 만들 때 낭비되는 공간이 많은데 이는 배터리 크기가 클수록 커진다.
테슬라는 중국 업체 CATL과 공동 개발한 셀투팩, 셀투섀시 기술을 적용해 이를 줄일 예정이다.
셀투팩은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제조 공정에서 모듈을 생략하고 셀을 바로 팩에 조립하는 기술, 셀투섀시는 차체와 배터리를 일체화하는 기술로 테슬라와 중국 업체 CATL이 공동 개발했다.
용량이 커지면서 충전 시간이 늘어나는 문제는 '탭리스(Tabless)' 기술로 보완한다. 탭리스는 전원 공급 장치와 배터리를 연결하는 탭을 제거하는 기술로, 전기저항이 감소하고 열이 분산돼 충전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업계는 테슬라가 배터리 가격을 줄이기 위해 NCM(니켈코발트망간), LFP(리튬인산철) 같은 배터리의 화학 조성을 바꾸지 않고 외형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업체가 수급난을 겪고있는데 이것과 관계없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자연은 "4680배터리 출시 이후 배터리 업계의 이슈는 화학적 조성보다는 폼팩터(제품의 외형·크기·배열 등)에 집중될 전망"이라며 "기존 중대형 각형과 파우치형을 차용하는 완성차 업체는 원가절감이 된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의 가격 경쟁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중대형 각형과 파우치형에 집중하는 배터리 업체는 테슬라가 제시한 중대형 원통형에 상응하는 고속공정에 집중할 것인지,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할 것인지 선택에 놓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배터리 업체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
업계는 파나소닉의 양산 시점이 기존 2023년에서 1년 미뤄진 만큼 국내 업체들이 4680배터리를 먼저 만들어 테슬라에 납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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