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치료제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약은 이미 국내외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이는 제품인데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임상시험에서 그 효과가 검증됐다.
3일(현지시각)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는 "코로나19 치료제 무작위 평가인 '리커버리 임상시험'에서 먹는 '바리시티닙'이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사망률을 13%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리커버리 임상시험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시판 중인 약물의 효과를 파악 중인 시험이다. 환자 4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데 영국 병원들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가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까지 참여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논문 사전 출판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공개됐다. 연구의 소재인 '바리시티닙'은 먹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인체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작용해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것을 방지한다.
임상시험을 주도한 마틴 랜드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스테로이드 염증 치료제인 '덱사메타손' 등) 현재 의사들이 처방 중인 약에 바리시티닙을 추가하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바리시티닙 투약 효과를 실험했다.
4008명에게는 기존 치료제를 그대로 제공하고, 4148명에게는 바리시티닙을 추가해 처방했다. 시험 결과 28일이 지난 뒤 기존 치료제만 쓴 환자 중에서는 14%인 546명이 사망했고, 바리시티닙을 복용한 환자 중에선 12%인 5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상시험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보구마 티탄지 미국 에모리 의대 박사는 "팬데믹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앞으로도 환자 급증과 싸워야 한다"며 "바리시티닙으로 사망률을 더 줄일 수 있다면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바리시티닙의 효력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건 처음이지만, 앞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연구진은 이번 시험보다 먼저 이뤄진 8건의 임상시험 결과를 고려하면 바리시티닙 등 야누스 인산화효소 억제제가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20%가량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바리시티닙 외에도 염증 치료제 '덱사마타손'과 관절염 치료제 '토실리주맙' 등이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가 함께 쓰인다.
한편 정부는 물량 부족으로 렘데시비르가 일선 현장에서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달 중순 렘데시비르 13만병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1만1800명~2만160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렘데시비르는 주로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약의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이달 2일 이와 관련, "물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체 재고 물량이 부족하지 않지만, 시군구 간 공급 물량에 편차가 있어 일부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물량 재분배로 원활히 공급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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