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대상국에서 면제됐다. 대(對)러시아 수출통제의 주체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를 상대로 교역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 관련 불확실성도 크게 줄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한미 간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의 대러 수출통제 이행 방안이 국제 사회 수준과 잘 동조화 됐다고 평가했다"며 "한국을 러시아 수출통제 관련 FDPR 면제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FDPR은 제3국에서 생산한 제품일지라도 미국산 기술이 사용되면 러시아 수출 전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다.
산업부는 이번 FDPR 면제 결정과 관련해 "양국 간 신속하고 긴밀하게 협의가 이뤄진 결과"라며 "국제 사회에서 한미동맹과 대러 수출통제의 굳건한 신뢰 공조 관계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FDPR 면제 여부를 협의하기 위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선본부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상부무 돈 그레이브스 부장관과 백악관 달립 싱 국가안보회의(NSC) 및 국가경제위원회(NEC) 부보좌관 등을 잇달아 면담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말부터는 양국 간 국장급 실무협의도 진행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24일 반도체·컴퓨터·정보통신 등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FDPR을 시행했다. 발표 당시 유럽연합(EU)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 32개국은 FDPR 적용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우방국 중 한국만 FDPR 면제를 못 받게 되자 일각에선 대러 제재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여 본부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FDPR 면제국들은 미국과 수출통제 체계가 유사하고 한국은 미국과 수출통제 체계가 다르다"며 초기 FDPR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FDPR 면제국에 포함되더라도 한국 정부가 대러 수출에 관해서는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독자제재를 하게 돼 있어 러시아 수출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 등 서방의 국제금융통신망(SWIFT) 배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대러 금융 제재 때문에 국내 기업들로부터 '러시아 현지 기업으로부터 미수금 등을 받아야 하는데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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