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투쟁 이어가던 피해자…희망 찾기까지 5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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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취재진과 만나 대면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종완 씨 / 사진 = MBN |
LS엠트론은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 및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입니다. 매출은 8,800억 원, 소속 인원만 2천 명에 달하는 대기업입니다.
김종완 씨는 과거 대흥ENG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09년부터 7년 넘게 LS엠트론에 자동차용 호스부품 제작에 필요한 금형부품을 납품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1년 LS엠트론은 품질검증 목적이라며, 김 씨 회사가 만들던 레이저 컷팅 공정 기술을 이용한 금형 부품(파이프 맨드릴)의 연구노트와 설계도면을 요구했습니다.
김 씨는 아무 의심없이 자료(간략한 도면)를 제출했는데, LS엠트론은 이를 기반으로 2012년에 김 씨 몰래 특허를 출원하고 2013년에는 등록까지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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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엠트론이 김 씨의 기술을 기반으로 낸 특허 / 사진 =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서 검색한 결과 캡쳐 |
2016년 LS엠트론은 김 씨에게 이번에는 레이저 기술을 이용한 금형 부품의 '정확한 도면'을 요구했습니다. 김 씨는 이 기술이 LS엠트론 중국 법인에 넘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자 거절했습니다.
2017년 LS엠트론은 결국 김 씨와의 계약을 끊었습니다. 이후 김 씨는 민원을 내는 과정에서 LS엠트론이 5년 전 자신의 기술로 특허를 낸 사실을 알았습니다. 자신의 핵심기술을 가로채 특허낸 것까지 모자라, 계약까지 끊은 사실에 김 씨는 너무나도 억울했습니다.
김 씨가 운영하던 대흥ENG는 사업을 결국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7년부터는 1인 회사로 겨우 명목상으로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관련 소송을 하기 위해선 법인이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관련 기관에 민원도 내고, 형사고발도 진행했지만 모두 증거불충분 등의 사유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지칠 무렵, 김 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제보를 받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 기술유용감시팀은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공정위는 조사 끝에 LS엠트론이 수급사업자의 기술을 유용해 특허를 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공정위는 LS엠트론과 쿠퍼스탠다드 오토모티브&인더스트리얼(*LS엠트론이 이 사건 법위반 사업부문-자동차용 호스부품 제조·판매사업-을 2018년 8월 물적분할하여 신설한 회사)에 각각 시정명령과 과징금 13억 8,6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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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신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LS엠트론 기술 유용 사건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LS엠트론은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저의 질문에 대해 "해당 특허는 하도급 회사가 아닌 기술 이전 계약을 맺은 독일 회사의 원천 기술"이라며 "공정위 의결서 수령 후 면밀히 검토한 뒤, 향후 대응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씨는 MBN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공정위 담당 조사관이 며칠간 밤을 새가면서 결국에는 증거도 찾아냈고, 그런 과정에서 이렇게 제재가 이뤄지니 너무 감사하다"는 심정을 밝혔습니다.
또 공정위 제재를 근거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민원도 넣고, 민사소송도 할 예정이라며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가 다시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공정위는 '또 다른 乙'을 찾고 대기업의 기술 유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기술 유용 익명제보센터에 제보하면, 제보자의 아이피(IP) 주소가 별도로 수집되지 않아 제보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LS엠트론의 홈페지에 접속해봤습니다. 경영철학은 '함께하여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나와있었습니다. 김 씨에게도 혹은 알려지지 않은 乙들에게도, LS엠트론은 그들의 말대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인지, 함께하면 더 큰 성과를 내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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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엠트론의 경영철학 / 사진 = LS엠트론 홈페이지 |
[안병욱 기자 obo@mbn.co.kr]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