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출처 = 롤렉스] |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이 롤렉스 '전화예약제'를 시작하면서 오픈런 대신 오픈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롤렉스 공식 판매점 우노와치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전일예약제로 운영되던 예약 방식을 이달부터 전화예약제로 변경했다.
전날 백화점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 30분부터 전화접수를 시작해 하루 40명씩 예약을 받는 시스템이다. 예약은 본인만 가능하며 동반 1인까지 등록할 수 있다. 예약 가능 횟수는 15일 내 1회 예약으로 제한한다.
롤렉스 성골(정식 매장에서 제값을 주고 시계를 구매하는 것)을 노리는 이들은 우선 반기는 분위기다. 추운 날씨에 더 이상 밖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올해만 4번의 웨이팅을 했다는 30대 남성 A씨는 "이제 바깥에서 노숙할 필요가 없어 좋다"면서 "줄서기 아르바이트, 되팔이 기승 등의 문제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
↑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롤렉스 전일예약을 위해 줄을 서 있는 소비자들의 모습. [이하린 기자] |
통화 중이라는 안내 멘트가 두 번 흐른 뒤 전화가 끊기고, 곧바로 다시 걸으면 똑같은 안내 멘트가 이어졌다. 이후에도 수십 차례 더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오후 1시 45분 마침내 전화연결이 됐을 땐 "금일 진행하는 상담예약은 마감되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전화 부탁드립니다"라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명품 시계와 관련한 각종 포털 사이트 카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기자와 같이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들의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2000통 넘게 했는데 한 번도 연결이 안 됐다", "결국 오늘도 마감이라는데 성공하신 분 있나요", "안내 멘트만 계속 들으니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 등 불만을 내비친다.
전화예약에 성공했다는 후기글 아래에는 "전화연결 팁을 알려달라", "몇시에 걸어서 성공했냐", "예약 안내문자가 따로 오는 것이냐" 등 댓글이 몰린다.
다만 어렵게 예약에 성공했다고 해서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브마리너, 데이저스트 등 롤렉스 인기 모델의 경우 워낙 물량이 희귀하기 때문이다. 누리꾼 B씨는 "어제 어렵사리 예약에 성공해 오늘 매장에 다녀왔다. 그런데 텅 비어 있어서 1분 만에 나와야 했다"고 밝혔다.
오픈런에 비해 오픈콜이 더 불공평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누리꾼 B씨는 "웨이팅 등록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보다는 VIP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수 있다"면서 "노숙을 하더라도 차라리 오픈런이 공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롤렉스 전화예약제가 다른 지점 혹은 브랜드로 확대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롤렉스뿐 아니라 샤넬, 디올 등 고급 브랜드의 백화점 오픈런이 일상화하고 있어서다. '샤넬 노숙자', '디올 거지' 등 이를 비판하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입장에서 소비자 불편을 덜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과정"이라며 "현재의 오픈런 상황이 한 번에 개선될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 편의를 최우선으로 두고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