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생활필수품 등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그동안 버텨왔던 가격 인상 수요가 터져나오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가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공시를 시행하는 등 사실상 시장 개입성 정책까지 펼치며 강도 높은 물가 억제에 나서고 있지만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나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는 이날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8% 올렸다. 배스킨라빈스가 가격을 올린 것은 지난 2019년 9월 이후 2년 4개월 만으로, 원재료비·물류·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따른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김치. [사진 = 연합뉴스] |
업계에 따르면 스팸·리챔도 3월부터 가격을 5~8%씩 인상했고, 비비고와 종가집 포장김치도 최대 7%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 밖에도 커피, 과자, 소주 등 식품 물가 인상에 봇물이 터지며 안 오르는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물가 '도미노 인상'에 동참하는 것은 식품 뿐만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 등 생활용품 업체들도 치약·샴푸 가격을 최대 15% 인상했다. 모두 원부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운송비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인상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하면서 물가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가격 인상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간담회는 표면적으로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열리고 있지만 결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에 신중하라는 신호를 주는 자리라는 해석이 많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공식품·외식 가격이 분위기에 편승한 가격 담합 등 불법 인상이나 과도한 인상이 없도록 공정거래위원회 등 부처간 점검, 외식가격 공표 등 시장 감시 노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넉달째 3%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오는 4일 발표될 2월 소비자물가 역시 최근 급등한 국제유가 등이 반영돼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물가상승이 지속되며 서민들의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5%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 명목상 가계지출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3.6% 늘었지만 물가 상승 영향을 제외한 실질 지출은 오히려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지갑을 닫고 지출을 줄인 것이다.
정부는 조만간 홍 부총리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물가 안정을 위한 묘수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장관급 물가 관련 회의를 여는 것은 5년 만이다.
정부는 현재 물가상승 요인으로 외식비·배달비를 지목하고 이들의 가격을 공시하는 정책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공급측 요인에 떠밀려 올라가는 가격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물가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4월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연장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튀어 오른 상황에서 20%인 유류세 인하 폭을 더 확대해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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