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를 서둘러 막지 않으면 지구상의 생물 종 절반이 넘게 멸종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월 14일부터 27일까지 회의를 열고, 제6차 평가보고서를 승인했다고 28일(한국시간) 밝혔다.
IPCC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에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다.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규명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지난 2014년에 발표한 제5차 평가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제안하자는 내용을 담은 2015년 '파리협정'의 과학적 토대가 됐다.
IPCC가 승인한 제6차 보고서는 6년여에 걸쳐 전 세계 62개국, 3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보고서는 "평균 기온이 2~3℃ 상승하면 최대 54%의 생물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절반의 동식물 서식지가 고위도, 고지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강과 호수(담수)도 10년마다 약 0.01~0.45℃의 온난화를 겪었다고 분석했다.
해양과 연안 생태계에서도 온난화 영향에 따른 이동이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썼다. 1950년대 이래 온난화 영향에 해양 생물군은 10년마다 30~55km씩 북쪽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별도 노력이 없다면(RCP 8.5) 21세기 말에는 전 지구상의 식물성 플랑크톤 6%, 동물성 플랑크톤 9%가 줄어들고 이 영향에 수산자원은 17%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는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건강이나 공동체 구조가 기존보다 악화될 것으로 봤으며, 21세기 후반이면 16억~26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인구가 수인성 감염, 매개 감염, 전염병에 노출될 거라는 무서운 예상도 내놨다. 더 가까운 2030년까지 기후변화로 세계 경제 구조 변화가 빨라지고 불평등이 심화돼 7억명의 인구가 극심한 빈곤에 처한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경우 개발도상국이 아직 상당수 분포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보이며 이로 인해 에너지 안보 위험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4년 발표된 5차 보고서보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허혜인 환경부 기후변화국제협력팀 과장은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정책을 향후 대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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