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뭘 믿고 사 먹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성식품 자회사 효원에서 썩은 배추로 김치를 제조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 인증을 내세우던 명인 김치가 사실은 '불량 김치'였다는 점에서 분노가 커지는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김치 제조업체인 한성식품의 자회사 효원이 운영하는 김치공장에서 쉰내가 나고 속이 검게 썩은 배추와 무 등 불량 식재료로 김치를 제조하고 있다는 신고와 관련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한성식품은 정부가 명인으로 지정한 김순자 대표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2020년 기준 5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국내 대기업 급식업체와 서울 종합병원, 홈쇼핑과 리조트 등에 김치를 납품해 왔다.
이번 논란은 한 공익제보자가 국민위원회에 한성식품 자회사에 대한 공익신고를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한성식품 4곳의 공장 중 충청북도 진천에 위치한 효원 김치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변색된 배추, 곰팡이가 핀 무 등을 손질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가열됐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김치의 약 70%는 전 세계 28개국에 내놓는 수출용이다.
한성식품은 즉각 사과하고 문제의 공장을 무기한 폐쇄했다. 이어 부천, 서산, 정선의 나머지 3개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김순자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통해 "효원의 김치 제조 위생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자체 정밀 점검과 외부 전문가의 진단을 신속하게 실시해 한 점의 의혹과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이른바 '알몸 김치' 영상으로 논란을 빚은 중국산 김치 파동이 떠오른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온라인상에 중국에서 배추를 대량으로 절이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여기에는 알몸의 남성이 구덩이에서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안겼다. 이후 국내에까지 먹거리 공포가 번지자 일부 식당에서는 "중국산 김치 안 씁니다" 등의 문구를 붙여두기도 했다.
평소 김치를 사 먹는다는 소비자 A씨는 "김장이 번거로워 수년째 김치를 사 먹고 있는데 명인 김치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특히 김치는 대다수 한국인들이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냐. 이런 걸로 장난을 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 B씨 역시 "중국산 '알몸 김치' 논란 때 손가락질했는데 국산 김치가 이 수준이라니 부끄럽다. 더구나 대부분이 수출용이라니 김치 종주국으로서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한성식품 공장이 해썹 인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해썹 인증은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먹기 위해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다. 원재료 생산, 제조, 유통까지 식품의 모든 과정이 관리된다.
소비자 C씨는 "정부 해썹 인증까지 받고 일반 홈쇼핑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김치가 이 모양이라면 우리나라 먹거리 위생 문제가 정말 심각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식약처는 우선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해당 공장의 위생 상태와 원자재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확인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김순자 대표의 '김치 명인' 타이틀이 철회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식품산업진흥법상 식품명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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