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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침공 개시 후 불길 치솟는 우크라이나 남부 군사시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5일 IT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된 건 대(對)러시아 수출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강력한 경제제재로 맞서기로 하면서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부과해 책임을 물을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해외직접생상품규칙'을 러시아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국내에서도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러시아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에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 수출을 전면 통제하고, 러시아 주요 은행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인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는 27개 EU와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 동참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러시아에 적용한다. 이는 해외 기업이 만든 제품일지라도 제조과정에서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장비, 설계도 등이 쓰였을 경우 수출을 금지하는 규칙이다. 앞서 중국의 화웨이가 이 규칙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번 제재 품목은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다. 미국은 자국의 첨단기술이 러시아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 경제적 제재는 물론 군사적 제약도 노리고 있다.
BIS는 "단일 국가를 타깃으로 한 가장 포괄적인 제재 조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러시아 전체 수출 규모는 99억8300만달러(약 12조464억원)으로, 전체 수출 중 약 1.6%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중 가정용 전자제품이 2%(1억9500만달러), 스마트폰을 비롯한 무선통신기기가 0.4%(4300만달러)이다.
사이버 전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한 달 동안 70개 이상의 중앙·지역 관리 웹사이트를 공격 당했다"면서 러시아의 사이버 테러 일환으로 판단했다. 전쟁을 코앞에 두고 우크라이나 기간시설 전산망을 겨냥한 공격이 속출하면서 우크라이나 외무부·국방부·내각·금융기관이 디도스 공격을 받아 마비됐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우크라이나 정부기관을 노리는 랜섬웨어를 포착하기도 했다.
디도스는 여러 PC를 원격 조종해 특정 웹사이트에 한꺼번에 접속하도록 해 과부하를 일으키는 공격이며, 랜섬웨어는 전산망을 마비시켜 해제를 대가로 금품 등을 요구하는 인질 범죄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위협정보센터는 "우크라이나에서 포착된 랜섬웨어가 상태 복구 기능 없이 공격자의 실행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IT업체들의 긴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랜섬웨어 공격 건수가 크게 늘어난데다 전세계의 대러시아 제재에 러시아 정부 지원을 받는 해커들의 활동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피해는 대부분 외부로 알려지지 않지만, 사이버 공격은 데이터를 못 쓰면 사업을 일시 중단해야 하는 IT업계와 금융업계에서 다수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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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나프타·원유·니켈·알루미늄·크립톤·크세논·네온 등 반도체와 배터리를 만드는 데 반드시 들어가는 필수소재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러시아는 우리나라 수입의 2.8% 비중을 차지하는 10위 교역대상국으로, 자동차·부품(40.6%), 철구조물(4.9%), 합성수지(4.8%) 등이 전체 러시아 수출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러시아 나프타 의존도는 25.3%에 달한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과 크립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된 네온 중 28.3%가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에서 왔다. 우리나라의 네온 수입 의존 국가는 지난해 기준 중국(66.6%) 비중이 가장 높지만, 재작년엔 우크라이나(52.5%)가 가장 많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수입 단가가 뛰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특히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원재료 중 알루미늄과 니켈은 최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공급망 차질은 당분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장기화되지 않는 한 몇 달 동안의 원자재 재고는 비축돼 있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앞서 이뤄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한국과 일본의 외교분쟁 등으로 공급선 다각화가 이미 이뤄지기도 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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